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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건버지'가 된 수원 박건하 감독, "찰리박보다 나은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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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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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화성] 윤효용 기자 =올 시즌 수원 삼성이 명가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 강등권을 헤매다 8위로 잔류한 팀이 올 시즌 전반기를 리그 3위로 마쳤다. 2위 전북과는 승점 동률, 1위 울산과는 승점 3점 차로 후반기 성적에 따라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성적만 봐도 수원은 한 시즌 만에 가장 달라진 팀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박건하 감독이 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 9월 팀 지휘봉을 잡은 뒤 빠르게 팀을 빠르게 정비하는데 성공했다. 11위에 머물렀던 팀을 8위로 끌어 올렸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8강이라는 성적을 냈다. 처음으로 K리그1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에 대한 의문은 반 시즌도 되지 않아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구단 레전드 출신인 박건하 감독에게 수원 감독직은 분명 독이 든 성배였다. 박 감독은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2006년까지 활약하며 K리그 통산 292경기 44골 27도움을 기록했다. 이런 레전드가 강등권에 빠진 팀을 맡는 건 분명 큰 부담이다. K리그1 팀을 맡은 경험도 전무하다. 그러나 박건하 감독은 이를 받아들였고 보란 듯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제대로 된 영입 없이 팀을 변모시킨 건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은 제리치, 니콜라오, 최정원 등을 데려왔지만 팀 득점을 책임지던 타가트를 비롯해 임상협, 김종우, 이종성 등이 팀을 떠났다. 박상혁, 명준재는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정상빈, 손호준 등 신인 5명을 영입했지만 제리치를 제외하고 즉시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영입은 없었다. 그럼에도 김건희, 민상기, 이기제 등 기존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냈고 '매탄소년단'으로 불리는 정상빈, 강현묵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그중 이기제와 정상빈은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외부 평가는 칭찬으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박건하 감독은 현재 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인터풋볼'이 휴가를 보내고 복귀한 박건하 감독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수원 삼성 박건하 감독과 인터뷰]

-작년 9월에 수원 감독으로 부임하셨다. 구단 레전드로서 팀을 이끄는 건 어떤 느낌인가

수원은 K리그 명문 팀이다. 취임할 때도 영광스럽고 감사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여기서 시작하고 은퇴도 했는데 수원 감독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집에 돌아온 느낌인가) 그렇다. 전에 지냈던 곳이고 구성원들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선수 시절에 계시던 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편했고 적응하기 좋았다.

-수원이라는 명문 구단을 갑자기 맡아야 한다고 했을 때 생각이 많았을 거 같다. 어떻게 결정을 내리게 됐나

작년 같은 경우 상황도 많이 안좋았고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사실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인 거 같다. 아무래도 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니 '감독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상황은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라는 고민을 좀 했다. 실제로 제의가 왔을 때는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의 감독 자리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이고 나에게도 꿈이었던 자리다. 어렵긴 하지만 이것 또한 잘 이겨내면 굉장히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담은 많이 됐지만 결정을 하게 됐다.

-부임 후 팀 상황이 좋다. 예상했던 부분인가

감독으로서 좋아지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선수들도 열심히 잘 해주고 내가 준비하고 원하는 부분들을 잘 따라줬다.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는 거 같다.

-같은 선수단인데 경기장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

내가 왔을 때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굉장히 열심이었다. 훈련은 굉장히 열심히 하지만 방법을 잘 몰랐던 거 같다. 선수들이 계속 승리하지 못하다 보니 경기에 대한 패배감이 있었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끼리 단합도 잘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따라주고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 굉장히 힘들어 했다. 와서 시켜보니 조금 더 많이 뛰면서 축구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약하더라. 훈련을 통해서 빠르게 패스하고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걸 주문했다. 어쨌든 결과가 괜찮으니까 선수들도 자신감도 얻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하려다보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걸 내려놓고 자신감을 좀 가지고 하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을 믿고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다.

-수원은 그전에도 적게 뛰는 팀이 아니었다. 조금 더 효율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던 거 같은데

그렇다. 수비도 따로 하고, 많이 뛰긴 하는데 방법도 잘 모르더라. 기본적인 부분들을 잡아줬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잘 됐던 부분이다. 수비가 잘 되면 공격은 조금 더 편안하게 나올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잘 요구했던 부분들이 팀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원만의 스타일이 생긴 거 같다

말했다시피 열심히는 하는데 조직적이지가 않았다. 선수들이 정적으로 축구했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빠르게 나가도록 주문했다. 전 감독님 같은 경우는 빌드업을 구사하셨는데 나는 복잡하지 않고 조금 더 단순하게 하려고 했다. 상대 진영으로 빨리 공을 보내고 들어가고, 전환하는 걸 이야기했다. 많이 뛰는 게 힘들텐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결과가 나오다 보니 선수들도 이제는 더 뛰려고 한다.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베스트11이 정해진 거 같다

그래도 많이 바꾼다. 모든 일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우리 선수들을 많이 바꾸지 않는 이유는 나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믿음을 더 많이 주려고 한다. 내보내면서도 '조금 걱정되는데'하기도 한다. 그래도 감독으로서 결정을 하고 준비를 하고 내보내야 하고 나가면 또 그만큼 선수들이 해주니까 나도 더 믿게 되고 선수들도 경기에 더 집중하는 부분도 있다. 같은 멤버를 내면 상대방이 파악할 수 있겠지만 경기장에서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나가면 우리 선수들이 극복하는 게 보여지니까 그렇게 내 보내는 거도 있다. 그래도 많이 바꾼다!

-감독님께서 포백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포백을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여전히 가지고 있긴 하지만 축구가 참 어렵다. 선수가 감독에게 맞출 것이냐 감독이 선수에게 맞출 것이냐인데, 나는 지금 우리 선수들 구성을 보면 스리백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잘 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생각했고 선수들과 시도를 해봤는데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잘 나오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영입이 그런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나

그러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구단의 상황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 부분은 상황에 따라 고민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할 거 같다.

-영입 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이번 여름 영입에 대해서 조금만 더 오픈 해줄 수 있나

구단과 이야기는 하고 있고 해보고 있는데, 쉽지는 않은 거 같다. 어쨌든 권창훈이 돌아오고 전세진, 고명석도 복귀한다. 아마 (영입이) 쉽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권창훈의 대표팀 경기를 봤을 거 같다. 보면서 복귀 후 모습을 그려봤을 거 같은데

워낙 독일에서 경기를 못해서 걱정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몸상태가 괜찮은 거 같더라. 또 권창훈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도 데리고 있었던 선수다. 서로 잘 알고 있고 권창훈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드필더도 가능하고 공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반기 수원은 전반기 수원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팀일 거 같다

물론 권창훈이 와서 팀에 얼마만큼 녹아들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공격 쪽에 확실한 옵션이 생긴다. 공격적으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탄소년단이 K리그 전반기 최고 히트작이다

매탄소년단을 내가 키웠다기 보단 많은 유소년 지도자들도 있었도 선수들이 노력을 많이 해서 기회를 잘 잡은 거 같다. U-22룰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들어가면 충분히 경기력이 나온다. 그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도 믿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좀 좋지 않아도 또 기회를 주려고 한느 부분도 있다. 어린 선수들이 우리 팀 스쿼드상 커줘야 팀이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 전반기에 어느 정도 성장을 해줘서 팀이 더 단단해지고 선수 활용폭도 넓어졌다.

-경기 전 어린 선수들만 따로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까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지금 잘하고 있는 부분이 어리기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있다. 지금 고참 선수들이 잘 이끌어 주기 때문에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있다. 선후배들이 잘 받쳐줘서 그런 게 나올 수 있다. 서포트를 해주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말로서도 많이 도와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선배들이 잘 해주니까 어린 선수들도 따라주는 거 같다. 본인들도 노력하고 기회를 잘 잡긴 하지만 형들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건희와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수원에서 국가대표팀에 추가로 갈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국가대표를 2명이나 배출했다는 건 감독으로서 기쁘고 보람된 일이다. 그만큼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 나오는 거 같다. 팀이 당연히 강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에게 더 노력하면 국가대표에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상빈, 이기제가 국가대표팀에 간 건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김건희 같은 경우 많은 장점을 가진 선수다. 나도 공격수였고 많은 선수들을 봐왔는데 힘도 있고 스피드도 있고 기술, 득점력, 헤딩 등 국내 스트라이커 중에도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본인이 경기에 대한 훈련에 대한 생활에 대한 관리를 더 많이하고 집중하면 더 많은 게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본인이 조금 더 노력하면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김건희의 활약상에 대해 김치 케인이다, 레반도프스키다 등 반응이 있다. 김건희는 어떤 스타일에 가깝나

글쎄. 케인이랑 조금 비슷하긴 한가? (웃음) 어떤 선수라기 보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케인처럼 파워도 가지고 있고 스피드가 없는 선수도 아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본인이 더 변화하려고 하고 노력하니까 감독으로서 고맙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보니 더 보람이 있다.

-'건버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예전 별명은 '찰리박'이다. 어떤 별명이 더 마음에 드는지

찰리박보다는 건버지가 더 나은 거 같다. 수원 창단 당시 바데아라고 루마니아 선수가 있었다. 굉장히 영향을 많이 끼치고 간 선수다. 그 선수와 방을 쓰게 됐는데 내 이름을 잘 못 부르더라. 그때 나를 찰리박으로 부르라고 했다. 찰리 채플린이 생각났었나. 아무튼 그때 찰리박이 됐고 기사화되면서 별명이 됐다. 원래는 외국인 선수들 발음을 편하게 하라고 만든 이름이다. 내 영어 이름은 아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제임스나 이런 별명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다.

-선수들에게는 엄한 감독인가, 친근한 감독인가

나는 친근하게 하지만 선수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는 모르겠다. 엄할 땐 엄하고 친할 땐 친한 감독이 되고 싶다.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미팅을 통해 필요한 이야기는 하려고 하고 훈련장 안에서 선수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신경쓴다.

-시즌 초반 체육복을 입고 나섰는데 최근에는 정장 입은 모습도 많이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트레이닝복을 입는 건 경기장에서 코칭할 때 편하고 선수들과 같이 한다는 느낌으로 입었다. 양복같은 경우는 느낌으로 입은 거다. 주변에서 입으라는 이야기도 좀 듣긴 했다. 전북전에 그냥 '입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은 양복을 입겠다 이렇게 정한 건 아니고 그날 그날 느낌에 따라 입는다. 징크스는 아니다. 징크스에 갇히게 되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양복 입으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입고 싶은 날이 있다. 전북전에는 양복 입은 모습에 선수들도 놀라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전반기부터 한 시즌 전체를 이끄는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고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팀이 단단해지고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준비하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감독으로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고마운 부분도 있다.

-7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나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좋은 흐름을 어떻게 이어 가느냐가 중요하고 후반기에는 더 나아질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다. 훈련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을 더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전지 훈련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순위가 3위다. 전북, 울산과 우승 경쟁을 할 수도 있는데, 보완할 점이 있는가

사실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이른 거 같다. 이 흐름을 잘 이어가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보면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거 같다. 선수들이 이에 대한 목표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권창훈, 전세진이 합류하는데 잘 적응해서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강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헨리가 대표팀에 다녀오는데 돌아오는 시기가 중요할 거 같다. 수비적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생각을 해봐야할 거 같다.

사진=장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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