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온갖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오는 7월 개최하려는 일본 정부의 '지지 구걸'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9일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오는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올림픽을 둘러싸고 국내의 여론조사 등에서 찬반 여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G7 정상들의 지지를 얻어 올림픽 개최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의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요미우리가 지난 4~6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두고 무관중(26%)이나 관중 수 제한(24%)을 조건으로 개최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50%로 나타났다.
반면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48%로 조사됐다.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이다.
이처럼 찬반 여론이 팽팽한 까닭은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도쿄도 등 10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에 발령된 긴급사태가 오는 20일까지로 연장됐는데도 여전히 1000~2000명대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개최 빨간불이 켜진 도쿄올림픽. © AFP=뉴스1 |
특히 진단검사 수를 줄임으로써 확진자 규모를 적어 보이게 할 수 있는 반면 중증환자 수와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긴급사태 발령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구성한 전문가 회의 대표인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은 "보통이라면 개최는 없다.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라고 선을 그었다.
하루에 최소 50명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조차 반대 의견을 표명했는데도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외국 정부의 지지를 얻어낼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지지 구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지지를 구걸했다.
그 결과 공동성명에는 안전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는 올림픽을 열고자 하는 일본 측 입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최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오히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4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3단계인 '여행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금지'로 올려 일본을 곤란케 했다.
이때도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이번 판단과 선수단 파견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며 억지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눈총을 샀다.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가 이렇게 도쿄올림픽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직 오는 9월로 전망되는 중의원 선거와 자신의 연임 때문이다.
요미우리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37%까지 급락해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74%)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이대로라면 연임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30일까지다. 시간이 불과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반전시킬 유일한 카드라곤 도쿄올림픽밖에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래 일본에선 현재까지 1만3772명이 사망했다. 이만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올림픽에 눈이 먼 채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걸하는 스가 총리의 모습은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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