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영국해협 건너다 실종된 15개월 난민 아이… 두 달 지나 시신으로 발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난민 20명을 태우고 프랑스를 출발해 영국해협을 건너던 보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쿠르드족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지고 15개월 아이 1명이 실종됐다. 이 아이의 시신은 바다를 떠돌다 올해 1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발견됐다.

영국 BBC는 노르웨이 경찰이 “올해 초 노르웨이 해안에 떠밀려 온 아이 시신이 지난해 10월 말 실종된 아기 아르틴으로 확인됐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르틴의 시신은 지난 1월 1일 노르웨이 남서부 카르모이 인근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영국 해협에서 보트가 침몰해 실종된 15개월 아기 아르틴. 아르틴은 올해 초 노르웨이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경찰은 BBC에 “당시 노르웨이에서 실종된 아기는 보고되지 않았고, 시신이 입고 있던 파란색 옷도 노르웨이 브랜드가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가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자 경찰은 DNA 검사를 맡겼고, 검사 결과 아르틴의 시신으로 드러난 것이다.

아르틴의 가족은 지난해 10월 27일 프랑스 북서부 덩케르크 인근 룬 플라주에서 다른 난민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보트가 침몰하면서 이 가족의 ‘브리티시 드림’은 좌절됐다. 아르틴의 35살 부모, 9살 누나, 6살 형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지만, 아르틴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보트 침몰로 사망한 쿠르드족 15개월 아기 아르틴과 그 가족들의 사진. 왼쪽부터 아르틴의 부친과 아르틴, 아르틴의 모친, 9살 누나, 6살 형.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가족은 원래 이란 서부 사르다슈트 시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 내에서 소수민족에 해당하는 쿠르드족에 대한 박해를 견디다 못해 유럽으로 건너왔다. 매년 약 2만명의 이란계 쿠르드족이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거금을 지불하고 유럽행을 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틴 가족 역시 브로커에게 2만4000유로(약 3250만원)를 지불했다고 한다. 침몰 직후 BBC는 아르틴의 어머니가 친척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당시 아르틴의 어머니는 “보트를 타고 가는 게 위험할 수 있지만, 트럭을 타고 가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에는 아르틴 가족의 친척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전의 아르틴은 많은 이에게 천진난만한 아이로 기억됐다. 영국해협을 건너기 전 프랑스의 난민 캠프에 3~4일간 머무르는 동안 아르틴은 다른 난민들 사이에서 행복한 아이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아르틴을 봤던 한 난민은 BBC에 “사람들이 매우 슬퍼하고 있지만,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그저 울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아르틴의 유해는 고향인 이란으로 돌아가 묻힐 예정이다.

쿠르드족은 인구만 2500만~3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이다.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 아르메니아 등의 산악 지대에 폭넓게 퍼져 살고 있지만 각국의 박해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역시 자국 내 쿠르드족에게 가혹한 경제적·정치적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

[이기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