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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버닝썬 사태

‘버닝썬 경찰총장’ 항소심 유죄, ‘기획사정’ 의혹 수사에 미칠 영향은? [라운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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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규근 총경(현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은 이른바 ‘청와대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기획사정 의혹’의 시작이 된 인물이다. 윤 총경이 버닝썬 클럽을 운영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와 주변 인물들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2019년 3월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불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사기관들을 움직여 김 전 차관 사건을 활용했다는 내용이 의혹의 핵심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가 21일 윤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기획사정 의혹’ 수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진행된 ‘김 전 차관 별장 성폭력 및 접대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세 가지 사건이 파생돼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가 수사하는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그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두 사건은 2019년 3월22~23일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검찰 수뇌부가 외압을 가했다는 ‘수사 외압 사건’이다.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이 두 사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사 진척 속도는 가장 늦다. ‘불법 출금 사건’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관리본부장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 기소로, ‘수사 외압 사건’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기소가 이뤄졌다. 세 사건 수사 모두 이 검사를 연결고리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겨냥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3월25일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직권남용 혐의도 수사하라고 했다. 2013년 김 전 차관의 성폭력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 의원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는 취지였다.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곽 의원은 역으로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가 ‘청와대발 기획사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민정수석, 이광철 행정관 등을 고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니 검찰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기획사정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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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김 전 차관 재조사가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여론이 불거졌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2019년 3월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후 이광철 당시 행정관은 “(민 청장이 국회 발언을) 세게 했다”라는 윤규근 총경 메시지에 “더 세게 했어야 했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슈가 된 이른바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으면서 “사건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 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2019년 3월22일 밤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던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금조치로 붙잡혔다. 이러한 과정이 버닝썬 사태로 나빠진 여론을 달래기 위한 ‘기획’이었다는 것이 곽 의원 등의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이에 대한 자료 확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2019년 3월18일 JTBC에서는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의 친분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9년 10월11일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윤씨의 별장에 갔다는 윤씨의 진술이 있었으나 검찰이 조사를 무마시켰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후 두 보도 모두 오보로 확인됐다. 윤 전 고검장은 JTBC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1심에서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또 윤 전 고검장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상대로 5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 보도들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모 검사의 ‘윤중천 면담 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 검사가 기획사정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다. 이 검사는 “면담 기록을 언론에 유출하지 않았으며, 면담 기록은 윤씨의 진술을 그대로 적은 것에 불과한데 (검찰 등이) 의도적인 ‘허위’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 검사와 이광철 당시 행정관 간 통화내용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검사 측은 “평검사가 기획사정에 협조할만한 이유와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검사는 공수처 수사를 받을 때 자신의 입장을 적극 소명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기획사정 의혹 관련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았다. 두 달 간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이 사건에 ‘2021년 공제3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검사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관계자 등을 조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이 비서관을 상대로 조만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론전 속에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금 의혹’에 대한 차 본부장·이 검사 등의 재판과 윤 전 고검장의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상대로 한 민사 재판도 진행되는 중이다. 윤 총경도 상고할 계획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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