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열린 반(反) 군부 시위대가 군부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쿠데타 100일을 훌쩍 넘긴 미얀마에서는 800명이 넘는 시민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제공=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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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표시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말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저항의 뜻으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가세하고 있다.
18일 EFE통신은 현지 매체 DVN를 인용해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일부가 당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참가 요청에 불응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축구대표팀은 오늘 2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지역 예선전을 위해 지난 15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선수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미얀마의 스타 공격인 쪼 코 코와 수비수 조 민 툰, 골키퍼 쪼 진 텐 등이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참여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축구협회(MFF)는 앞서 지난 13일 AFP통신에 축구 국가대표팀의 절반 가량이 월드컵 예선에 불참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MFF에 따르면 국가대표 대부분이 반(反) 군부 시위에 참가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안토인 헤이 감독은 “미얀마가 가장 좋은 선수단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선수단 차원에서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표팀에서 골키퍼를 맡고 있는 쪼 진 텐은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시위에 본격 뛰어들기도 했다. 그는 독일매체 DW월드에 “군부독재 정권 하에서는 국가대표팀으로 뛰지 않을 것”이라며 “이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가를 대표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영광을 포기한 것은 축구대표팀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인 윈 텟 우는 “국민들의 피로 물든 깃발 아래 행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비무장 시민들을 잔인하게 진압·살해하고 있는 군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출전 포기를 알리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미얀마 올림픽위원회를 정당한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민선정부를 전복한 미얀마에서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물론 미스미얀마 등 유명 인사들이 SNS 등을 활용해 저항 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가한 투자 윈 린은 전통의상 경연 도중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이라고 적힌 팻말을 펼쳐 보이며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미얀마를 환기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한 미스 미얀마 출신 한 레이도 대회 무대에서 “내가 이 무대에 서는 동안 조국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8년 전 같은 대회에 참가하고 현직 모델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떨치던 타 텟 텟은 소수민족의 무장단체 캠프에서 군사훈련 받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전날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에서 802명의 시민이 군부의 폭력으로 사망했고 체포·구금된 시민은 521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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