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지난 2월11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시민불복종운동’(CDM)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라이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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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테 우 교수처럼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했다가 자격이 정지된 대학교수는 최근 5~8일 새 5천명에 이른다. 군부는 지난 5일부터 170여개 종합대학과 단기대학을 다시 연다며 교수들에게 수업재개 명령을 내렸지만 상당수 교수가 이를 거부했다.
쿠데타를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은 거리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학교와 공장, 병원, 정부 청사, 열차, 은행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날마다 불복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쿠데타 이후 17일 현재 802명의 시민들이 숨졌지만, 미얀마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군부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공무원들이 지난 2월11일 양곤에서 ‘시민불복종운동’ 포스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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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 무기를 들지 않고 군부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이 쿠데타 100일이 넘은 현재 미얀마 군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군부는 민주 정부 지도자와 운동가들을 체포해 권력을 장악했지만, 건강·보건, 교육, 교통, 통신, 경제 등 각 분야 종사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교육 공무원 상당수는 시민을 죽이고 체포하는 군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 군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학교를 열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불복종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교원연합은 최근 미얀마의 전체 대학 교직원 2만4천여명 중 40%에 이르는 1만1100명이 시민불복종운동 참여로 정직됐다고 밝혔다. 대학을 시작으로 학생들도 등교거부운동을 시작해, 교육 부문 전체가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
2월3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웅산 수치를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단 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 공공병원의 의료진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을 포함한 시민불복종운동을 시작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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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부문도 비슷하다. 의사와 간호사 등이 의료 현장 대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 다수 국립병원 운영이 중단됐고, 환자를 퇴원시켜야 할 상황이다. 미얀마 군 병원의 군의관과 간호병들이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버거운 처지다. 군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의사·간호사 등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압박하는데, 지난 9일까지 보건부 공무원 등 500명가량이 체포되거나 수배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형법 505A조 ‘국가 안정을 파괴한다’는 혐의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은행 노동자들도 불복종운동에 동참해, 지난 3월부터 은행 업무 상당 부분이 중단됐다. 군부는 은행을 완전 정상화하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 은행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군부 통치 상황에서 금융 안정을 믿지 않는 국민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지난 2월17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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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은 월급은 물론 거주지를 잃을 위험도 감수한다. 미얀마 하층 공무원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직원 사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여건은 좋지 않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불복종운동에 참여할 경우 이를 포기하고 불교 사원이나 도움을 주는 곳으로 옮겨가 살아야 한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인칸모(가명·25)는 지난 2월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사택에서 나와 살고 있다. 그러나 인칸모는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2월7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양곤에만 약 10만명의 시위대가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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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압박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이 불복종운동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통합정부 지원 단체와 연계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두 다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미얀마 공무원은 전체(110만명)의 약 10%인 10만여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국민통합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는 9천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얀마 정치연구소인 ‘전략·정책연구소-미얀마’는 “국민들이 군부에 통치권을 주지 않았다. 시민들이 계속 불복종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군부도 권력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라'는 팻말과 장미꽃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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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한 사이(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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