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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5월 미얀마가 한국에게 “도망다니며, 이 얘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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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지 해직기자가 만난 불복종운동 참여 시민 9명

“숨어 살고, 해고당하고, 밤에 잡혀갈까 잠도 못 자

출근 안 하면 수배령 위협…그래도 시위하러 나가

의료진 99% 시위 참여에도 법조인은 거의 안 해


한겨레

소나잉(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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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5년여 전 어렵게 꾸려진 민주정부가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잠시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달 6일 처음 거리로 나왔다. 군경은 총과 몽둥이,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했다. 106일이 지난 17일 현재 시민 802명이 숨졌고, 5210명이 체포됐다(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 시민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목숨을 건 투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해직당한 현지 기자들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는 시민 9명을 직접 만나 <한겨레>에 인터뷰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시민들에게 던진 공통 질문 네 가지 중 하나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들은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말만 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국제사회를 향해 한목소리로 “최대한 빠르게”, “지금보다 강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얀마 시민 편에 서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명을 썼고, 사진은 당사자의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찍었다.

<공통 질문>

1. 왜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했나?

2. 시민불복종운동 이후 당신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나?

3. 미얀마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한겨레

초(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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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도착하던 날 쿠데타…희망이 사라졌다” 초(의사)


1.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해 시민들이 희망을 가지려는 순간, 군부가 권력을 침탈하고 백신도 압수했다. 시민들의 희망이 사라졌고 최악의 상황이 됐다. 쿠데타 사흘째 되는 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나 외에 미얀마 의료진 99퍼센트가 지체 없이 참여했다.

2. 먹고사는 게 어려워졌다. 내 집에서 살 수 없고 숨어 지내야 했다. 목숨을 위협하는 추격과 체포가 이뤄진다. 일부는 정부 기숙사에서 방을 빼야 했고, 가족들도 함께 어려움에 처했다. 시민불복종운동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지원 손길이 닿지 않는 일부 최극빈층들이 있다. 석달 동안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이 다시 운동을 반대하기도 한다.

3. 끝까지 버티며 군부에 불복종해야 한다. 군부 정권의 뿌리가 완전히 뽑히길 희망한다. 연방군 창설도 기대한다. 군부 정권을 몰아내고 민간정부로 다시 돌아가기만을 희망한다.

한겨레

소소(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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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통보에도…죽은 동료들 생각하면, 출근 대신 시위” 소소(은행원)


1. 군부를 몰아내고 더 나은 곳에 이르리라는 믿음으로 은행원들과 함께 뭉쳤다. 시민불복종운동이 시작된 직후 거리로 나가 시위를 했다. 당시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체포를 경험했다. 군부 통치 아래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저항하고 있다. 죽음과 탄압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도망 다니고 있다.

2. 은행장이 출근을 강요했으나 (출근을 못해) 결국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피 흘리며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고, 군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3. 국민이 선출한 정부만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내가 뽑은 민주주의 정부가 다시 집권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

띤띤(국영방송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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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소식 듣고 출근 안해…군부 못 받아들여” 띤띤(국영방송 직원)


1. 2월1일 쿠데타 소식을 듣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때는 시민불복종운동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군부의 권력 침탈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직장에 나가지 않다가, 나중에 운동을 정확히 알고 계속 참여하고 있다.

2. 운동에 참여한 뒤로 쭉 실직 상태다. 업무정지를 당했다고 보면 된다. 군부가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수배하고 체포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어 염려가 된다.

3. 국민을 불법으로 짓밟고 압력을 가하는 군부는 빨리 사라지고, 시민들이 선출한 민주정부가 빨리 되돌아오길 고대한다.

한겨레

모(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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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정권서 일할 수 없어 거리로…가족들 체포될까 걱정” 모(교사)


1. 군부는 불법으로 정권을 침탈했다. 이 군부 정권 치하에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2월6일 거리에 나가 시위를 시작했다.

2. 나는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평범한 공무원이 아니다. 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그래서 군경을 피해 도망 다니고 숨어 지내야 한다. 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부는 운동에 참여한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도 협박·체포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두렵다.

3. 국민통합정부(NUG)가 정식으로 시민방위군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결국 군부가 뿌리 뽑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인권을 되찾을 수 있는 연방 민주제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

판퓨(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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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뒤 좋은 직장 기대 사라져…그래도 저항해야” 판퓨(대학 졸업반)


1. 현재 학교가 다시 문을 연 상태지만, 권력을 불법으로 침탈한 군부 치하에서 교육을 받고 싶지 않아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

2. 당장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고 등교 거부를 하는 것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좋은 직장에 취업할 것이라는 예전의 기대는 사라졌다. 졸업장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이 군부에 저항해야 한다.

3. 미얀마는 지난 5년 동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 시절 급속히 발전했다. 예컨대 교육과 보건, 도로, 통신 사정이 개선됐고, 인권 상황도 좋아졌다. 예전 문민정부가 돌아와 연방 민주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미얀마는 급속히 발전할 것이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또래 친구들 목숨 바쳐…한 학년 유급은 문제 안돼” 소나잉(대학생)


1. 우리들이 지금 군부에 반대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실패할 것이다. 학교를 다녀야 할 내 또래 친구들이 군부에 저항하며 목숨을 바쳤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군부에 반대하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2. 등교 거부로 한 학년 유급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밤마다 군부에 저항하며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군부는 이런 우리를 잡아가려 하고 협박하려 한다. 밤에도 편히 잘 수도 없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3. 당장 연방 민주주의를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후대 어린 친구들을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가 이길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미얀마는 매우 발전한 나라가 될 것이다.

한겨레

칸(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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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운 정부, 군부가 침탈…우리 운동 성공할 것” 칸(의료진)


1. 2월8일부터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했다. 우리가 세운 정부를 군부가 부정한 방법으로 침탈했다. 국민들을 탄압하는 군부 통치 아래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운동에 참여했다.

2. 생활에 여러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정의롭지 못한 군부가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게 느껴져 항상 걱정된다. 군부는 매일 밤 운동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찾아내 체포하고 있다. 군부가 언제 총을 들고 들이닥쳐 나를 잡아갈지 걱정스럽다.

3. 이 운동이 성공해야 우리가 바라는 바가 이뤄진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겨레

흐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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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공무원 시위하지만, 판사·법무관은 거의 안 해” 흐닝(변호사)


1. 나는 정부 변호사이자 법무관이다. 경찰이 체포한 사람을 기소하고, 법정에서 사건을 처리한다. 피고가 보증인을 신청하는 업무를 포함해, 재판 관련 업무를 대부분 했다. 그러나 군부가 재판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재판이 정의롭게 진행되지 않아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2. 내가 일하는 국가변호사 최고위원회와 대법원에서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은 전체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운동에 참여한 동료가 적어, 조직에서 외면받는 상황이다. 월급을 50%만 준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못 받고 있다. 상사들은 출근을 해야 급여를 주고, 돌아오지 않으면 수배령이 내려질 거라고 말한다. 그게 두려워서 다시 출근하는 사람도 생겼다. 나는 현재 도망 다니고 있다.

3. 다시 민간정부로 돌아가 민주주의가 실현되면 좋겠다.

한겨레

테륀(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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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안 두렵다, 무기든 기술이든 도움 달라” 테륀(기술자)


1. 지난 3월 초부터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 시민불복종운동을 하는 동안 체포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우리 가족은 정부가 제공한 숙소에서 지내야 하는데 군부가 탄압하면 가족들이 지낼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단지 그게 걱정이다.

3. 혁명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군부 정권도 끝까지 싸워 몰아낼 것이다. 국제사회가 무기든 기술이든 국민통합정부를 도와달라.

양곤/글 마뚜(가명) 기자,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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