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반군부 시위대가 불타는 타이어를 지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해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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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혼란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서 반(反)군부 활동을 벌이던 시인들이 잇따라 끔찍한 죽음을 맞고 있다.
17일 미얀마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시인 세인 윈은 지난 14일 사가잉 지역 몽유와에서 한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산 채로 불에 타 숨졌다.
윈의 사망을 목격한 친구 따잉 아웅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윈은 아웅의 집에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갑자기 등장한 괴한은 윈의 머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아웅은 소리를 지르며 윈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했지만, 결국 온몸에 화상을 입고 이날 밤 11시쯤 사망했다.
아웅은 "윈은 다리, 머리, 손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얼굴은 검게 타버렸고 다리와 손의 피부는 벗겨졌다"고 말했다.
윈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오랜 지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민주화 운동 때부터 정치권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몽유와에서 반군부 시위에 참여했다. 윈은 청년 운동가들과 가깝게 지냈으며,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 시위자들의 반쿠데타 활동을 지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몽유와의 한 동료 시인은 미얀마나우에 "윈은 정직한 자선 활동가이자 정치 활동가였다"며 그에 대한 공격이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군부를 지목했다. AAPP는 지난 15일 일일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잔혹 행위는 군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군사정권 테러리스트 그룹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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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에 비판적인 시를 써왔던 시인 켓 띠도 최근 군경에게 끌려가 신문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켓 띠는 "군부는 머리를 겨누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등의 문장을 쓰며 군부에 저항해왔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켓 띠와 그의 아내는 지난 8일 사가잉 지역 쉐보에서 무장 군인과 경찰에 붙잡혀 각각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혼자 돌아온 아내는 다음 날인 지난 9일 오전 군으로부터 몽유와의 한 병원으로 와 남편을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병원해 도착해보니 켓 띠는 영안실에 누워 있었고 장기가 제거된 상태였다.
병원 측은 아내에게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아내는 병원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해 사망진단서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군경에 끌려갔다가 장기가 사라진 채 돌아온 것은 켓 띠가 처음이 아니다. 이에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군부가 시신의 장기를 적출해 밀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도 시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 등 시인이 몽유와에서 벌어진 반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군부의 폭력진압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재선거를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이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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