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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야구, 외국인 감독에 ‘반’하다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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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김대호 기자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3개 구단의 감독이 외국인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팀 감독을 승격시켰다. 이로써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 등 3명의 외국인 사령탑이 팀을 이끌게 됐다. 이번 시즌 전 새 감독을 선임한 몇몇 구단도 외국인 감독 영입을 적극 검토해 한국프로야구의 외국인 감독은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1982년 원년부터 2007년까지 25년 동안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 감독 청정지대였다. 2008년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데려오면서 구단이 감독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프로’였다. 구단이 원하는 팀 색깔을 분명히 알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오랫동안 쌓은 식견을 인정하게 됐다. 이제 국내 프런트는 주저 없이 외국인 감독의 수준이 한국 감독보다 한 수 위라고 평한다.

매일경제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부터). 사진=MK스포츠DB/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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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로이스터는 7년 동안 8888577의 암흑기를 헤매던 롯데를 2008년부터 임기 3년 내내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성적 만이 아니다. 그는 짧은 시간에 한국야구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야구의 기본을 상기시켜 줬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발 중심의 야구를 지켰고, 타자들은 타석에서 기죽지 않고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런 롯데에 구도 부산 팬들은 열광했다. 조성환 이대호는 지금도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야구인으로 로이스터 감독을 꼽는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임기 2년 동안 SK 와이번스를 확실한 대포 군단으로 변신시켜 2018년 외국인 감독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힐만 감독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구단 직원은 “그의 디테일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해박하면서도 섬세한 야구 이론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KIA 감독은 어떤가. 지난해 침몰 직전의 KIA를 맡아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쳤다. 비록 최종 순위 6위에 머물렀지만 구단에선 오히려 고마움을 나타냈다.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은 수베로 한화 감독이었다. 리빌딩과 육성이 당면 과제였던 한화에 외국인 감독이 어울리냐는 지적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수베로 감독의 한화는 대성공이다. 데이터 신봉자로 알려진 수베로 감독은 데이터의 한계를 스스로 넘고 있다. 경기 중 데이터는 일부일 뿐이다. 그는 훈련과 육성에도 데이터를 접목시켜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은 역설적으로 선수와 소통에 능하다. 언어는 다르지만 ‘야구’를 전달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선수들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들에게 믿음을 보낸다.

외국인 감독은 주변의 부당한 압력에서 자유롭다. 학연 지연 혈연을 앞세운 도움을 요구받지 않는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소신껏 자기 야구를 펼칠 수 있다. 여기에 탄탄한 이론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 지난해까지 외국인 감독의 최하 성적은 윌리엄스 KIA 감독의 2020년 6위다. 프런트 입장에서도 공연한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야구로만 관계를 주고받는 외국인 감독이 관리하기 편하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aeho90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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