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4주년 연설] 南北관계
하지만 남북 관계를 걸어 잠근 주체는 북한이고, 그 계기는 2019년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꿀 수 있다는 문 대통령 말을 믿었다가 굴욕을 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하노이 노딜 이후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삶은 소대가리’ 같은 막말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년에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해수부 공무원 살해 등의 초강경 조치로 남북 관계를 수렁에 빠뜨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전단 살포를 확실히 막다 보면 임기 내에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 것이다. 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이 저지른 범죄·도발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재검토가 끝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며 그 근거로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징하는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합의를 바이든 정부가 계승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해왔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은 과거 정부의 외교 행위도 존중한다는 일종의 립서비스이지, 문재인 정부의 기대처럼 계승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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