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28)가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배트를 냅다 패대기쳤다. 김갑수(37) 주심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거친 감정을 토해내던 홍창기는 만류하는 코치의 등에 떼밀려 돌아서면서도 TV 중계화면의 입 모양을 보면, 무언가 ‘육두문자’를 내뱉는 듯했다. 경고를 줄만한데도 심판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5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 LG의 연속경기 2차전 8회 말에 벌어졌던 상황이다. 한화가 5-2로 앞서 있었고, 2사 후 주자는 만루. 타석에 들어선 홍창기가 한 박자 빠르게 등판했던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36)과 실랑이 끝에 풀카운트까지 갔고, 7구째에 낮게 깔려 들어온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흥분한 나머지 그 같은 격한 항변을 한 것이다.
그 장면은 선수들의 고조에 달한 (특히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심판 불신과 제 규정을 애써 외면하는 심판의 땅에 떨어진 권위를 상징한다. 홍창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올 시즌 들어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직간접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그 경기 중계 해설을 했던 민훈기 해설위원은 그 대목을 놓고 “몸쪽으로 꽉 차게 들어오는 공이다. 홍창기는 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는데, (그 정도면) 배트가 나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TV 중계화면을 여러 번 돌려 보니 타자로선 낮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공이었으나 그렇다고 심판 재량에 따른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았다.
그 장면이 그 경기의 최대 승부처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홍창기가 분김에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나친 행동이라는 비판도 할 수 있겠다.
어찌 됐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기에서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문제다. ‘일관성 있게 비슷한 코스를 계속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느냐, 아니면 들쭉날쭉했는가’다.
그 판정과는 별개로 선수의 욕설은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어버이날 다음날에 열렸던 그 경기에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러낸 선수의 감정 과잉은 그냥 지나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2021 KBO 리그 규정…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 2항’에는 ‘욕설, 침 뱉는 행위 금지’를 명문화해 놓았다. 심판이 원만한 경기 진행을 위해 선수의 욕설을 애써 못 본체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선수의 그런 행동이 곱게 보일 턱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2020년에는 야구심판학교도 2009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예전에는 하다못해 심판들이 설악산 등지에서 단체로 수련회 등을 가진 적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제대로 된 그런 재교육 과정이 없었다. 심판의 판정을 둘러싸고 여러 말이 나올 수 있는 나쁜 환경이 된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서로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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