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막을 내린 KPGA코리안투어 시즌 첫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가 캐디로 내조한 아내 육은채씨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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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캐디 아내는 평소 로망이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백을 메달라고 부탁했다."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막을 내린 KPGA코리안투어 시즌 첫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매경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한 허인회(34)는 3년전부터 아내가 백을 멘 배경을 설명했다. 2019년 8월에 아내 육은채(33)씨와 결혼한 허인회는 3년전부터 아내에게 백을 맡겼다. 이들 부부는 2016년에 먼저 혼인신고를 했다.
골프 문외한이었던 아내는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남편의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허인회는 "외국 선수들을 보면 아내와 투어를 함께 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래서 아내 캐디는 로망이었다"면서 "아내의 고생이 그동안 컸다. 그런데도 와이프가 캐디여서 성적이 좋이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래서 그런 편견을 이겨내려고 애썼다. 마침내 그것을 해냈다. 상금보다 더 소중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승할때까지 아내에게 캐디백을 맡길 생각이었다"면서 "우리가 해냈다"고 했다. 이제 우승했으니 새로운 캐디를 물색할 것이냐는 질문에 허인회 "사모님께 여쭤보라"고 답을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아내에게 돌렸다. 육은채씨는 "이번 우승으로 5년 시드 받았으니까 걱정없이 행복하게 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남편의 백을 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허인회는 "5번홀 버디 퍼트가 들어갔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다. 2번홀에서 티샷이 분실구가 났을 때만 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뒤로는 오버파는 치지 말자. 오버파 치면 자존심 상할 것 같아서였다. 막판 3개홀 남았을 때는 집중이 잘 안됐다. 아직도 우승 실감이 나지 않은데 마지막홀 스코어가 안좋아 그런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허인회는 이번 우승이 6년만이다. 따라서 감회가 남다를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덤덤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우승 순간 아내를 부둥켜 안고 펑펑 울 줄 았았다. 그런데 못쳐서 감정이 완전히 망가졌다. 아마도 마지막날 부진에 지나치게 몰입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허인회는 선물 받은 자동차를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전날밤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이번 대회서 허인회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21개의 버디를 잡았다. 그 원동력은 그린 플레이였다. 그는 "퍼트 때 백스윙을 짧게 한다. 백스윙이 길어지면 스트로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백스윙을 적게 해서 가급적 흔들림없이 똑바로 친 것이 이번 대회 우승 원동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인회는 "PGA투어 진출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올초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해 지금처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면서 "그래서 PGA투어 진출 목표는 접었다. 언제 바뀔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국내 투어에 집중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게으른 천재'라는 닉네임이 붙은 배경도 설명했다. 허인회는 "2013년 일본투어 도신오픈서 우승했을 때다. 일본 선수들 눈에는 대회 기간에 연습도 거의 안하고 야디지북도 없는 노랑 머리 선수가 우승해 화제가 됐다. 그것이 국내까지 소문이 났다"면서 "물론 국내서도 연습장을 잘 안간다. 연습장 볼이 안좋아 볼이 삐뚤삐뚤 날아간다. 감을 중시하는 내 스타일로서는 그런 상황서 연습하면 말리게 된다"고 연습을 게을리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이전에는 연습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연습도 열심히 할 것이다"고 했다. 그렇다고 현재의 스윙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허인회는 "현재의 감 위주의 스윙을 계속 갖고 갈 것이다. 벌크업 없이 요리 솜씨가 좋은 아내가 해준 집밥으로 더욱 힘을 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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