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군과 싸운다는 사실 밝히며 군자금 요청
"농민군이 직접 작성한 원본 편지, 귀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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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환난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네. 광팔이 자네가 형 대신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 우리가 왜군과 함께 오랫동안 싸운 것은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義) 때문이네."
양반가 자제였던 유광화(1858∼1894)가 목숨을 잃기 직전인 1894년 11월 동생 광팔에게 보낸 한문 편지다. 그는 동학농민군 지도부에서 활동했다.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화순전투 등에 참여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편지에서는 왜군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군자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문화재청은 유광화가 전투 상황에서 작성한 '동학농민군 편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6일 전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확정한다.
후손인 김순덕씨가 소장하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기증한 편지다. 농민군이 작성한 몇 안 되는 기록으로, 당시 군수물자 조달 등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 측은 "동학농민혁명에 양반층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라며 "농민군이 직접 작성한 편지 원본이라는 점에서도 귀한 가치가 있다"라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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