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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쓴 김효주, LPGA 투어 5년 4개월만에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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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효주. [사진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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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쓰고 나온 김효주(26)가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코스에서 벌어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8언더파 64타 합계 17언더파로 한나 그린(호주)를 한 타 차로 제쳤다. 김효주의 LPGA 투어 우승은 2016년 1월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LPGA 투어 통산 4승째다.

김효주는 짙은 색의 스포츠 선글라스를 쓴다. 그에게 선글라스는 경기를 위해 집중 모드로 들어가는 스위치 같은 것이다. 선글라스를 끼면 전투 모드, 벗으면 평상시 모드다. 김효주는 “평소 덜렁대는 데 공 칠 때만은 집중하자고 생각한다. 눈이 큰 편이어서 안 끼면 멍해 보이기도 하고 운동선수 느낌이 덜 했다. 눈동자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주니어 시절 그의 친구들은 “색안경 쓴 효주는 터미네이터 같다. 선글라스 속 효주는 위기에서 잘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기억했다.

그런 김효주는 이날 복면까지 썼다. 적도 인근 싱가포르의 태양아래 마스크 역할도 하고 얼굴이 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했다.

김효주는 "선크림을 안 발라도 돼서 쓰고 있었다. 목 쪽에 햇빛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편했다"라면서 "아무래도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아무도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8위로 출발한 김효주는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줄였다. 11·12번 홀, 14·15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기록해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한나 그린이 쫓아왔다. 14번 홀에서 생각지도 않은 샷이글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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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에 복면을 쓰고 경기한 김효주. [사진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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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은 이번 대회 샷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전날에도 샷이글을 했다. 한 대회에서 2번이나 샷이글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운이 아주 좋다는 얘기다. 그린은 기세를 이어가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한 타 차 선두로 나서자 그린은 달라졌다. 17번 홀에서 첫 퍼트가 짧아 3퍼트로 보기를 했다. 18번 홀에서는 그린 밖에서 퍼트로 쳤는데 5m나 더 지나가면서 역시 보기를 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여러 위기를 퍼트로 다 막아내던 그린이 가장 중요한 마지막 두 홀에서 퍼트 실수로 우승을 내줬다”고 말했다. 위기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김효주와 대비가 됐다.

김효주는 여유가 있었다. 17번 홀 그린이 보기를 하면서 동타가 됐을 때 연장전이 예상되니 퍼트나 샷 연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냥 계속 식사를 했다. 그러다 마지막 홀 보기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내 투어에서 뛰면서 상금왕에 올랐다. 2승을 거뒀는데 하나는 롯데렌터카 연장전에서 당시 세계 랭킹 2위 김세영을 눌렀고,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는 랭킹 1위 고진영에 8타 차로 우승했다. 올해 LPGA 투어에 복귀하는 그가 큰 일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10대 시절 천재로 불리던 그가 살아난 이유는 단단해진 몸이다. 김효주는 “상·하체 벌크업으로 옷 사이즈가 커졌다. 남자 전 세계 1위 브룩스 켑카 같은 상체를 갖고 싶다”며 “정확한 자세의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이 부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됐고, 만성적인 통증도 많이 좋아졌으며 거리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 경쟁에서도 7부 능선을 넘었다. 여자 골프에 한국은 이변이 없는 한 4명이 출전한다. 김효주는 현재 세계랭킹 8위, 한국 선수 중 4번째다. 이 우승으로 랭킹이 2~3계단 올라 세계 랭킹 1~3위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에게 근접하게 된다. 도쿄올림픽의 한국 선수 출전 커트라인이 세계 랭킹 4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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