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석 시인의 첫 시집 '서울, 딜쿠샤' 표지.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것은/ 서울이라는 자궁 속에서 그린/ 무형의 지도다/ 손이 아니라 발로 더듬거린/ 어떤 거처에 대한 독백이다/ 시간의 금줄을 밟은/ 장소가 객사한/ 어느 날의 꿈속 이야기다/
전장석 시인이 서울의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를 소개한 시 68편을 묶어 첫 시집 '서울, 딜쿠샤'를 펴내면서 시집을 압축적으로 소개한 글이다. 최근 출간된 시집 표제인 '딜쿠샤'는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미국인 광산 사업가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이며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다. 시인은 "그것은 ‘이상향’이면서 ‘행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등록문화재 제687호인 이곳은 서울에 몇 남아 있지 않은 근대 유적지다.
전장석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누볐던 흔적을 마음 속의 지도처럼 꾸며 놓았다. 수록시 68편에는 '낙원삘뒹, 밖오시, 산수갑산' 등 실제 가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시어들이 가득하다. 전장석 시인은 세속적인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바이 순대의 맛에서 이남한 실향민의 애환, '간절한 향수'를 '산수갑산 아바이 순대'에서 시로 풀어낸다.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거기에 사연을 입힌다. 비밀을 까발리는 냉철함보다 풍경 속에 있는 사람조차 미처 의식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을 드러내 거기에 맞춤한 이야기를 덧대어줌으로써 시적 대상을 위무하는 따뜻함이 그의 해독 작업에 깔려 있다.
시집 해설을 맡은 장이지 시인은 "그의 마음의 지도, 골목 안 서울 답파기를 읽다보면 한 번도 이상향을 품어보지 못하고 사는 삶이란 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묻지 않기도 지극히 어렵다"고 말했다.
2011년 '시에'로 등단한 전장석 시인은 현재 한국경제신문 편집기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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