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방역’과 ‘종부세 지방세 전환 요구’ ‘대통령 사면’ 등 굵직한 국가적 어젠더 제시하며 존재감 과시한 것 뿐 아니라 한강변 층고 50층 완화 카드, 포용적 서울시 인사안 등 오 시장 행보 대권 행보로 비춰지고 있는 분석 늘어 주목
제38대 서울특별시장 온라인 취임식이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DDP 화상스튜디오 '서울-온'에서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튜브를 통해 접수된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422/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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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오세훈 시장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오 시장은 당선 당일인 지난 8일 시청에서 ‘서울형 방역’과 ‘자가검사 키트’ 도입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참석해서도 이 제안을 했다.
첫 행보를 국민적 관심사인 코로나 방역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하루 평균 600~700여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호응을 얻는데 실패하는 듯 했지만 보조 키트로 자가 검사키트가 조건부 허가 돼 다음주부터 약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이끌어 냈다.
이어 오 시장이 지난 20일 취임 후 두 번째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도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국 100% 공동과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지역 간 재정격차를 완화, 재정분권을 통한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라도 종부세를 이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오 시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밝혔다.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갖은 이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면서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 ‘방역’ ‘종부세’ ‘대통령 사면’ 등 국민적 어젠더 제기, 존재감 과시
이처럼 오 시장은 문 대통령 앞에서 ‘방역’과 ‘재정’ ‘사면’ 등 국민적 어젠더를 제기하면서 자신만의 컬러를 분명히 했다.
또 23일에도 오 시장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집무실에서 만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미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는 어느 당 대표도 하지 못한 행보다.
이런 일련의 행보를 보면서 오 시장 행보가 모두 ‘대권 행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의회 고위 관계자는 “오 시장이 당선 이후 보인 행보를 볼 때 모두가 대권행보로 보인다”며 예리한 분석을 했다.
오 시장의 이런 행보를 대권 행보로 보는데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국회의원 출마 2번 실패한 후 ‘3선’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된 이후 행보는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갖게 보인다.
특히 갑작스런 박원순 시장의 서거로 인해 생긴 7.4보궐선거로 인해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한 오 시장으로서는 절대절명의 정치적 기회를 잡은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오 시장이 예전의 보통 시장 행보를 보인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더욱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 오 시장의 행보를 대권과 관련 지어 보는 것 또한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외 제1야당 유력 차기 대권 후보가 마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 시장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청와대 오찬 후 간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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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 밑그림 시동...자신의 대권 행보 ‘실적’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그러면서 오 시장은 서울시내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을 자신의 확실한 브랜드로 삼으려는 듯해 보인다. 특히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50층 상향 추진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고 있다. 강남과 여의도, 성수동, 목동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올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 시절 꽉막힌 재건축 시장 등을 감안할 때 오 시장은 자신의 브랜드로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꿀 ‘재건축’ 사업을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전 시장은 싱가포르를 방문,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여의도 대규모 개발과 용산 역세권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부동산 값 급등 소식에 놀라 취소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서울시내 재건축 문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특히 강남 한강변과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대표적인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70%를 넘는 몰표를 오 시장에게 몰아주며 힘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 시장은 이들 ‘뜨거운 4곳’의 재건축 사업을 시동만 걸어도 그에겐 큰 업적이 될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제 구역 지정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하면서 이들 지역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경우 오 시장은 대권 행보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과거 서울시장 시절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같은 다소 한가해(?) 보이는 프로젝트 보다는 서울시민이 가려워 하는 재건축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실적을 보이는 것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 3기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이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보이며 대권을 거뭐졌던 경험에 비춰볼 경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토목적 실적’이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재목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을 50층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서울시의회 설득이 관건이지만, 서울시의회도 무작정 막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구상과 함께 오 시장은 당선된 지 1주일만에 행정1·2부시장, 기획조정실장을 내정하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조직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데 인사보다 효력 큰 일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소문으로 돌았던 부시장 2명이 외부에서 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뒤엎고 행정1부시장에 서울시내 최고 기획통 조인동 기조실장, 행정2부시장에 최고 주택 전문가 류훈 도시재생실장을 투톱으로 내정했다. 또 서울시정을 이끌어가는 ‘헤드’ 역할을 할 기조실장에 일 추진력일 돋보이며 대 의회 관계가 좋은 황보연 도시교통실장을 발령냈다. 이 또한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 이어 백호 도시교통실장, 김상한 행정국장, 김태균 상수도본부장 등 공석도 매꿨다.
만약 대변인은 외부인사로 채운다는 소문이 있지만 오 시장 정치적 스케줄을 감안하면 굳이 외부 인사를 데려올 필요성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시정을 제대로 읽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국장급 인사 이하는 조직 개편과 함께 7월1일자 정기적인 인사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 본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한 동안 감동과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한 간부는 “오 시장이 10년만에 들어와 조직을 갈아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 외로 안정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는 (오 시장이) 그만큼 ‘큰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오 시장이 과거 시장 시절 ‘실적 위주 시정’을 펼치며 직원들을 엄청 힘들게 했던 과거 방식과 달리 조직을 추스르며 가겠다는 것으로 본 것이다.
오 시장이 첫 단행한 인사만 봐도 그가 단순히 서울시장 1~2번 더 하겠다는 포석이 아니겠구나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과 경합했던 박영선 후보는 TV토론 과정에서 “서울시장을 징검다리 삼을 후보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한 발언 또한 오 시장이 시장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였다. 또 다른 서울시 의원은 “오 시장이 이번 임기 마치고 난 후 내년 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해 당선된 후 차·차기 대선에 나선다는 것은 정치인 스케줄상 상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금 국민의 힘의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올 한 해 서울시정을 통해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면 내년 대선 도전에 충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이 빠질 경우 오세훈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기때문이다.
물론 오 시장은 취임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이런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정치권 대권 시계가 빨라지면 그의 행보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또 다른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 오 시장이 10년만에 시장에 화려하게 컴백할 것이라고 누가 예측이나 했겠느냐"며"세상사 특히 정치 세계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른다"고 전했다.
오 시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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