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수의 가장 오래 입었던
민주화운동가 윈 틴 7주기
수천명 ‘블루셔츠’ 운동 동참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파란색 수의를 입은 윈 틴의 생전 모습(위 사진). 21일 미얀마 의료진이 체포된 시민들의 이름을 적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다(아래).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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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미얀마 군부는 9000명의 죄수를 한꺼번에 사면했다. 사면된 무리에는 백발이 성성한 79세의 윈 틴도 포함돼 있었다. 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자 민주화를 추진하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발기인이었던 윈 틴은 1989년 구속돼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미얀마 일간지 한타와티의 편집장이었던 그는 처음엔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국가 전복, 내란 선동 등 온갖 혐의가 붙으면서 형량이 20년까지 늘어났다. NLD와 연을 끊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라는 군부의 회유와 고문이 계속됐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윈 틴은 미얀마에서 죄수들이 입는 파란색 수의를 가장 오랫동안 입은 사람이다. 사면되던 날에도 그는 파란색 수의를 벗지 않았다. 2014년 4월21일 고문 후유증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공식 석상에 나설 때면 파란색 옷을 고집했다. 그는 생전에 “모든 정치범이 풀려날 때까지 우리는 모두 죄수”라고 말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맞서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그의 7번째 기일인 21일 일제히 파란색 옷을 입었다. 미얀마 나우,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는 이날 미얀마 시민 수천명이 파란색 옷을 입는 ‘블루셔츠’ 운동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블루셔츠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정치범의 이름이 적힌 손바닥을 펼친 채 사진을 찍었다. 민주정부 출범 후 줄어들던 정치범의 숫자는 군부 복귀 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는 21일 기준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된 사람이 3331명에 달하고,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람도 105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정치범에 대한 고문 등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윈 틴은 19년 수감 기간 대부분을 군견용 우리로 제작된 독방에서 보냈다. 고문으로 치아가 모조리 빠지고 장기 손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2021년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미얀마의 교정시설을 과거의 수준으로 돌려놓고 있다. 몽유와 지역의 시위를 주도하다 지난 15일 체포된 웨이 모 나잉은 체포 이튿날 얼굴에 멍이 든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생전에 윈 틴은 군부가 정권을 찬탈할 가능성을 늘 경계했다. 석방 직후부터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배정하도록 한 2008년 헌법을 비판했고, 가까운 동지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군부가 만든 헌법을 묵인한 채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 하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범의 딸로 어린 시절 윈 틴을 만났던 미얀마인 퓨 파누 친은 이날 트위터에 “그는 ‘너희 세대가 이 싸움을 계속하리라는 걸 안다. 언젠가는 승리하리라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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