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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팬심이 날린 페널티킥’ 유럽슈퍼리그 붕괴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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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스 한의 분데스리가 리포트]

팬들 맹렬비판에 토트넘 등 가입철회

ESL 탄생 40시간만에 사실상 와해

“진짜 팬들이 누군지 알고 뛰어야”

독 리그 훈련공개 등 팬서비스 돋보여


한겨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팬들이 20일(현지시각) 스탬퍼드 브리지 경기장에 ‘슈퍼 탐욕’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항의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유럽 슈퍼리그’는 탄생 40시간 만에 사라졌다.

19일 시작된 유럽 축구계의 심각한 지진은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12개 특급 클럽의 새로운 리그 결성 소식이 진앙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가혹한 비판을 받으면서 잉글랜드의 첼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 토트넘이 가입을 철회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 있지만 사실상 붕괴했다.

슈퍼리그의 출발은 ‘부자 클럽’의 손익계산서에서 나왔다. 12개 창립 클럽과 추가 3개 클럽, 여기에 매년 자격을 얻은 5개 팀이 10개 팀씩 조별리그를 벌인 뒤 8강전에서 결승전까지 녹아웃 라운드가 이어진다. 시즌 총 193경기는 국내리그 운영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 중에 개최한다. 기존의 챔피언스리그는 안중에도 없다.

왜 그런가? 많은 팬은 답을 알고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끝없는 욕심이다.

슈퍼리그 출범 계획에 따르면 창립 클럽은 투자 은행 제이피 모건 체이스로부터 35억유로(4조8081억원)를 받게 된다. 각 클럽에 약 3억유로(4028억원)가 돌아가는데, 이는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얻은 수입의 두 배를 넘는다. 자국 리그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쉽지 않은 아스널과 토트넘의 참가 결정도 불투명했다.

프랑스의 간판 클럽 파리생제르맹이 빠진 것은 역시 돈 때문이다. 파리생제르맹의 회장인 나세르 알 켈라이피는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이며, 카타르 방송사인 ‘비인 스포츠’의 회장을 맡고 있다. 기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십억달러 비즈니스를 하는 상황에서, 슈퍼리그에 뛰어드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그래도 돋보인 게 독일 분데스리가 팀들의 철학이다. 슈퍼리그 창립자들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두 클럽은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반대했다.

독일에서는 상업주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팬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와 달리 독일에서는 팬들을 위해 주 중에 적어도 일부 공개훈련을 한다. 페프 과르디올라가 뮌헨 감독 시절 구단에 공개훈련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했지만, 구단에서는 이 부분을 바꾸면 안된다며 밀고 나갔다. 비싼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팬들이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이나 사인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구단의 의무라는 것이다.

사실 분데스리가 티켓은 비싸긴 하지만 다른 유럽 빅리그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과거 K리그 구단 단장들이 샬케04 경기장 견학을 갔을 때의 일화다. 당시 6만명 좌석이 매진됐는데, 샬케04 단장은 티켓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버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누가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는지 항상 알고 일해야 한다. 스카이박스나 브이아이피(VIP) 좌석은 돈 많이 버는 기업들과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고, 진짜 팬들한테는 저렴한 값에 우리를 응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샬케는 독일 서부 탄광 지역에 있는 팀이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업률도 높다. 이런 데 자리 잡은 샬케 구단의 전통에는 특이한 게 있다. 한 시즌에 한 번 팀 전체가 지하 1000m 아래로 들어가 똑같이 8시간 동안 탄광에서 하루 일을 한다. 90분, 연장, 승부차기까지 가는 경기보다 탄광 일이 몇배 힘들다는 것을 선수들은 느낀다. 구단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 달 내내 이 일을 하면서 당신들 한 경기 수당도 못 번다. 그런데도 월급에서 1/4을 쓰면서 홈경기, 방문경기 티켓을 다 사주고 유니폼을 해마다 바꾸고 (돈 많이 버는) 당신들에게 1% 질투도 안 하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이런 배경이 독일 클럽들이 슈퍼리그를 단호하게 거부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모두의 스포츠이다. 늘 잊지 말아야 한다.

mhan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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