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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세무 이야기]국민연금 기금 운용체제 합리적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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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국내 주식보유 한도의 확대 결정을 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17조 원의 국내 주식을 매각해왔는데, 국내 주식 비중 상한선을 18.8%에서 19.8%로 높인 것이다. 11조 원의 매도 예정 물량은 2.5조 원으로 감축이 전망된다. 국내 주식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기로 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동학개미’ 수익률을 위해 국민 전체의 노후자금 안정성을 희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지침(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지침)을 원칙 없이 행사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온 데 이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방식에 대한 불신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7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되고 1988년부터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초 실시됐다. 이후 1992년에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1995년에는 농어촌 지역가입자, 1999년 도시 지역가입자로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비로소 전국 국민연금 시대가 열리게 됐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1987년 설립돼 연금보험료의 수취와 연금보험의 지급 및 기금운용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수급자는 약 538만 명, 가입자는 약 2210만 명, 기금 규모는 약 833조 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은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은 세계 3위의 연기금으로 머지않아 기금 100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및 수급개시 연령의 정책 변수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것으로 본질적으로는 낸 돈을 돌려받는 저축의 성격을 띠지만,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지녀 불입금보다 급여수령액이 많은 저부담·고급여 구조이다.


연금보험료는 ‘기준소득 월액 상한액 524만 원, 하한액 33만 원’을 기준으로 ‘9%의 연금 보험료율’을 곱해 산정되는데,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절반씩을 사용자와 본인이 분담하며 지역가입자의 경우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연금급여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급여는 10년 이상 가입한 가입자로서 65세이상(2021년 현재 수급개시 연령은 62세이며 순차 상승하고 있다)인자에게 지급되는 노령연금이다. 노령연금은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월 소득 약 254만 원’에 ‘가입 기간에 수령자 본인의 기준소득 월액의 평균액’을 더한 후 ‘지급률(가입 기간 10년 기준 50%, 초과 1년마다 5% 가산)’을 곱해 산정된 금액에 ‘소득 대체율 40%’를 적용해 최종적으로 산출된다. 노령연금 대상자가 소득이 있다면 수급개시 연령부터 5년 동안은 소득 구간별 감액률을 적용해 차감한 금액이 지급된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 또는 25세 미만의 자녀 등에게는 기본 연금액의 일부에 부양가족 연금액이 더해진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납부한 연금보험료는 그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가 인정되며, 수령하는 연금 급여는 연금소득으로 과세한다.


국민연금은 불입, 운용, 지급의 3가지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 ‘운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기금 운용의 수익률 제고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국민연금은 별도의 주무 기관이 있지만 그 기금관리와 운용은 정부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총괄해 그 관리 및 운용의 책임을 정부가 지는 사실상 세계 유일의 연기금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각 부처차관 4명, 민간위원 14명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인 실무평가위원회가 있는데, 투자정책 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 보상 전문위원회를 지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는데 기금운용위원회의 투자정책 결정의 틀 안에서 그 실무집행을 하고 있다. 기금운용은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행하는 ‘직접 운용(약 57.3%)’과 외부투자기관이 담당하는 ‘위탁 운용(약 42.7%)’으로 구분된다. 국민연금의 덩치는 외환위기 때보다 30배 이상 커졌지만, 그때 채택한 기금 운용방식은 별다른 변화 없이 반세기 동안 제자리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독립성과 책임성 부재 및 전문성 결여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유일무이하게 정부가 기금운용의 의결권을 쥐고 있어 관치와 연금사회주의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강하다. 특히 근자에 도입한 수탁자 책임에 관한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내 주식의 투자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소인국의 걸리버’인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대부분이 정부 인사나 지역의 대표자들로서 그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국민연금 100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둔 현시점에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은 중장기 기금 운용원칙에 따라 수익성과 안정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묘책의 창안이 절박하다. 우선, 정부에 종속돼있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가칭 ‘국민연금위원회’를 보건복지부에 설치해 감독 기능만을 수행하게 하고 그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되 위원들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와 같이 기금운용의 전문가들로만 구성하자는 견해의 검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별도의 기금 운용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수긍할 점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을 각각 100조 원 내지 200조 원 규모의 기금으로 나눠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하고 독립적 조직이 다양한 관점에서 투자하도록 하면 기금 전체의 위험이 분산될 것이라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무소불위의 기업 옥죄기가 가능한 스튜어드십코드도 대폭 개편하고 이를 담당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구성원도 정부가 위촉하는 방식을 폐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금운용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적절한 보상으로 우수 전문운용인력을 확보하고 자금 운용에 대한 제약을 줄여서 국부에 도움 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민 연금기금 운용체제의 합리적 개편이야말로 가시 선(可視線)상에 들어오는 국민연금의 적자와 고갈을 대비하는 것이자 청년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노년 세대의 소득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혜의 첩경(捷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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