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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모든 걸 불태울 준비를 마친 대한항공 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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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선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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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15일 열린 우리카드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 뒤 만난 주장 한선수(36)의 얼굴에선 기쁜 내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카드 에이스 알렉스 페헤이라가 복통으로 거의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3차전까지 팀내 최다인 76점을 올린 알렉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경기 뒤 만난 한선수는 "우리가 이긴 것도 중요하지만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베스트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베스트를 원했다. 5차전에는 상대가 베스트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기든 지든 베스트로 붙었으면 한다.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든 이기든 챔피언결정전인 만큼 알렉스가 최고의 몸상태로 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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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시즌 우승 이후 감격에 젖은 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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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다운 발언이었다. 한선수는 승부욕이라면 둘째 가기로 서러운 선수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 코트를 뛰어다니며 토스를 올리는 게 힘들지 않을 리 없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박기원 전 대한항공 감독은 "선수가 얘기를 안해서 그렇지, 한 경기 끝나면 정말 힘들어한다. 그래서 체력 회복에 늘 중점을 둔다"고 했었다.

이번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은 '탑독'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를 치른 우리카드보다 체력적으로도 유리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대한항공은 3차전까지 완전히 밀렸다. 1차전은 0-3으로 졌고, 2차전은 3-2로 간신히 이겼다. 그리고 다시 3차전을 0-3으로 내줬다. 1승 2패지만 3세트를 따내는 동안 8세트를 내줬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도 그래서 4차전에선 임동혁을 라이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레프트로 쓰는 포메이션을 내놓았다.

완벽한 상태의 우리카드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대한항공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정지석은 "선수 형 말대로 그렇게 됐으면 한다. .알렉스도 승부욕이 대단한 선수라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어떻하든 코트에 나와 뛸 거라 본다. (5차전은)마지막 경기지 않나"고 했다. 임동혁은 "알렉스가 제대로 뛰지 않아 4차전에서 우리팀이 이겼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사실 양 팀 다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다. 요스바니 역시 3차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산틸리 감독은 4차전 이후 "요스바니도 사실 복통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 쿠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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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던져서라도 공을 올리고 싶은 대한항공 한선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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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한항공에서 한선수만큼 우승에 목마른 선수는 없다. 2017~18시즌 염원하던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고배를 마신 기억이 더 많다. 경험이 쌓여 이제는 포스트시즌을 덤덤히 준비하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하다. 게다가 10년 이상 세터로 팀을 이끌어온 그도 이제는 서서히 마지막을 준비할 시기다. 실제로 2007~08시즌 한선수와 함께 입단한 선수 중에선 이제 유광우(대한항공)와 진상헌(OK금융그룹)만 코트를 누비고 있다.

한선수는 자신의 몸을 던질 각오로 5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선수는 "(리베로 오)은렬이에게 '(리시브를 할 때)띄워놓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내가 그만큼 뛰어가서 공을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2020~21시즌 마지막 경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선수가 모든 걸 불태울 각오란 건 확실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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