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후쿠아 감독(왼쪽)과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오른쪽)이 조지아주의 새 투표법에 반대해 조지아주에서의 영화 '해방(Emancipation)' 촬영 계획을 취소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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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새로운 투표법 제정에 반대해 6월 예정이었던 조지아주에서 예정됐던 신작 촬영을 취소했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현재 제작 중인 영화 ‘해방(Emancipation)’의 주연배우 윌 스미스와 감독 안톤 후쿠아는 “투표권을 제한하는 ‘퇴행적 투표법'을 제정한 조지아주에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없다”며 “유감스럽게도 영화 제작을 조지아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에서 통과된 새 투표법은 신원 확인 강화, 우편으로 받은 투표용지를 지역 곳곳에 설치된 투표함에 넣도록 한 ‘드롭박스’ 축소 설치, 투표소 대기자에게 음식물 제공 금지 등 투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저소득층과 유색 인종의 투표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 스튜디오가 지원하는 윌 스미스와 안톤 후쿠아의 새 영화 ‘해방’은 자유를 위해 도망친 루이지애나주의 노예 피터(Peter)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영화다. 윌 스미스가 연기하게 될 주인공 피터는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한 농장에서 끔찍한 학대를 받다 도망쳐 남북전쟁 중에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에 윌 스미스와 안톤 후쿠아는 “조지아주의 새 투표법은 많은 미국인이 투표하는 것을 막으려는 투표 방해를 연상시킨다”며 조지아주에서의 촬영 계획을 취소했다. 조지아주의 새 투표법 발표 이후 ‘해방’은 촬영 철수 선택을 한 첫 미국 영화가 됐다.
인디아나존스 5의 감독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가 트위터를 통해 조지아의 새 투표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Mangold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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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배우 마크 해밀(Mark Hamill) 또한 조지아주의 새 투표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Mark Hamill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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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방’ 팀의 결정에 동참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인디아나 존스 5’의 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트위터를 통해 “조지아에서 영화를 감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워즈의 배우 마크 해밀또한 트위터에 해시태그 ‘#NoMoreFilminginGeorgia’(조지아에서 영화 촬영 금지)를 게시했다.
Please stop the #BoycottGeorgia talk. That would hurt middle class workers and people grappling with poverty. And it would increase the harm of both racism and classism.— Be A King (@BerniceKing) March 26, 2021
하지만 이 보이콧을 재고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지아주는 데드풀, 어벤저스: 앤드게임, 워킹 데드, 완다비전 등 흥행작들의 촬영지로, 영화 산업을 통해 매년 100억 달러(약 11조 3000억)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딸 버니스 킹은 트위터를 통해 “조지아 보이콧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버니스는 “보이콧이 중산층 근로자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며 “인종차별과 계급주의의 해로움을 증가시킬 것”이라 말했다.
한편, 저소득층과 유색 인종들의 투표 참여를 저해한다고 비판받는 조지아주의 새 투표법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투표법이 흑인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악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을 두고 19세기 미국 남부의 인종 분리법인 ‘짐 크로(Jim Crow)’법이라며 “헌법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측에선 투표 절차를 간소화하고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새 투표법이 특정 유권자들의 투표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이번에 도입된 ‘우편투표 시 운전면허증, 신분증 등을 통한 신원확인 절차’는 더 안전한 우편투표를 위해 도입됐는데 백인보다 유권자 신분을 가질 가능성이 낮은 흑인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새 투표법에 따르면 투표소에서 150피트(약 46m), 유권자로부터 25피트(약 8m) 이내에서 음식물을 나눠주는 것이 금지되는데, 일반적으로 투표 시 긴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이 금지 조항이 투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JP모건 등의 기업들은 새 투표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주요 항공사, 소매업체, 제조업체 등 1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가 투표법 개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채빈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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