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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재키 로빈슨, 1955년에 한반도에 ‘흑인 야구왕’으로 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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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은 백인들만의 견고한 성이었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입성한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 본명 Jack Roosevelt Robinson. 1919-1972)을 기리기 위한 ‘재키 로빈슨 데이(Jackie Robinson Day)’다.

그날은 인종차별과 편견의 장벽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불굴의 정신을 메이저리그(MLB) 전 구단과 선수들이 되새겨 보는 날이다. ‘재키 로빈슨 데이’는 2007년 4월 15일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재키 로빈슨의 등 번호였던 ‘42번’ 저지를 입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건의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해마다 4월 15일에는 MLB 전 구단 선수들이 ‘42번’ 등 번호가 새겨진 저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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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로빈슨은 브루클린 다저스의 브랜치 리키 회장의 발탁으로 1947년 4월 15일에 1루수로 다저스에 발을 들여놓았다. 1919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1956년에 은퇴할 때까지 온갖 수모와 멸시를 견뎌내며 꿋꿋하게 선수 생활을 지속했다. 재키 로빈슨은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151경기에 출장, 2할9푼7리, 12홈런, 48타점, 29도루를 기록, 그해 처음으로 만든 신인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은 재키 로빈슨은 2년 뒤인 1949년에 타율(.342), 도루(37개) 1위, 타점(124개), 안타(203개) 2위 등 타격 전 부분에 걸쳐 빼어난 활약을 펼쳐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재키 로빈슨이 활동했던 10년간(1947~1956년) 브루클린 다저스는 6차례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1955년에는 월드시리즈 정상에도 올랐다.

그의 개인 통산 기록은 1382게임, 타율 3할1푼1리, 1518안타, 137홈런, 734타점, 197도루, 947득점이었다.

재키 로빈슨이 선수 시절에 달았던 등 번호 42번은 그의 메이저리그에 데뷔 50주년인 1997년 4월 15일에 메이저리그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1962년에는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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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구단은 2017년 4월 15일에 다저스타디움 밖에 구단 사상 처음으로 재키 로빈슨의 동상을 세웠다. 그 동상은 재키 로빈슨의 홈스틸 모양은 딴 것으로 “A life is not important except in the impact it has on other lives(다른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삶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다.

재키 로빈슨은 일찍이 1955년에 한국의 독자들 앞에 나타났다. 빌 로더(Bill Roeder. 1922-1982)라는 스포츠 기자가 쓴 『Jackie Robinson』을 번역한 『黑人野球王(흑인야구왕)』을 통해서였다.

표지에 재키 로빈슨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 그 책은 『黑人野球王 짹키이· 로빈손』 제목 아래 삘· 로어더어 저(著) 이로가(李路可) 역(譯)으로 선을 보였다. 이 책은 원래 빌 로더가 1950년 미국 뉴욕에서 출간한 것으로 불과 5년 만에 한국에서 번역해 나왔다는 게 놀랍다. 야구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일 터이다. 책의 판권 사항을 살펴보면, 1955년 8월 10일 진문사 발행, 발행인 조풍연, 서울신문사 인쇄, 책 가격은 110환이다. 134쪽의 반 문고본 형태인 이 책의 번역자인 이가로는 아마도 필명인 듯한데 실제 인물은 알 수 없다.

책은 “중앙청 앞 층층대에 앉아 있던 사진 반원들은 싫은 것을 억지로, 그래도 재빠르게 일어섰다”로 시작한다. 사진 기자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던 재키 로빈슨 부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아직 삼십 세밖에 안 된 청년 재키 로빈슨은 참으로 많은 파란곡절을 겪어왔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로 출전한 최초의 흑인선수였으며 또한 훌륭하게 싸웠던 것이다. 그는 또한 미국 하원의 어떤 위원회에서 증언을 한 최초의 야구선수였고, 이것도 훌륭하게 해내었다. 사실 그는 불과 2, 3년 내에 수백만의 흑인으로부터 숭배를 받으며 미국 안의 수 많은 백인들의 감탄을 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는 앞부분의 서술은 그의 메이저리거 역정을 압축시켜 표현한 대목이다.

책 끝부분에는 재키 로빈슨을 채용한 브랜치 리키의 생각과 판단을 싣고 있다.

“릭키이(리키)는 그가 로빈슨을 채용한 목적은 어떠한 인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가장 강조해서 말했다. (……) 요컨대 그는 흑인을 채용한 게 아니라 야구선수를 채용한 것이다.”는 서술의 끝에 “그저 그 친구를 채용해서 우승기를 쟁취할려는 것이었지요”라는 리키의 말로 책을 마무리했다.

브랜치 리키가 의도했든 아니든, 재키 로빈슨은 단순한 메이저리그 선수를 뛰어넘어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이겨낸, 더 나아가 미국의 인권 역사를 바꾼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참고로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을 집필한 빌 로더(Bill Roeder)는 버몬트 대학을 나와 뉴욕 『월드텔레그램』 과 『더 썬』에서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뉴스위크)Newsweek』의 선임기자도 역임했던 인물이다.

여담으로 출간 된 지 70년이 지난 현재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에 올라 있는 재키 로빈슨의 서명증정본은 150달러로 가격이 매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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