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 정부의 거리 두기 방침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임기 이틀째 코로나19 대책회의…업종별 특성 고려한 방역 매뉴얼 지시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은평구 서북병원을 방문해 대응 현황을 점검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 이틀째인 9일 첫 일정은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였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서울시만의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회의에서 오 시장은 시 간부들에게 질책에 가까운 쓴소리를 쏟아냈다.

오 시장은 정부의 거리 두기 방침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여러분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겠지만 1년이 지나도록 중앙 정부가 하는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시늉만 했을 뿐”이라며 “소상공인들의 고통과 호소에 얼마나 귀기울이고 그분들의 고통을 줄여드리면서 방역에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으려 노력했는가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간부들에게 업종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방역 매뉴얼 제작을 지시했다. 오 시장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오후 9시 영업금지, 오후 10시 영업금지 규제를 통한 거리 두기는 더 이상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단기적인 영업금지라면 소상공인들도 참고 넘길 수 있지만 무려 2년 동안 그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시민에게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고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코로나19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 가능 여부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 실효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검사 정확도 등을 놓고 의견차가 있다. 진단키트 도입은 정부 차원의 결정 없이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서울시 단독 도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 시장은 또 이날 회의에서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처우를 민간병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 1·2 부시장 및 실·본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오후에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북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현황을 점검하는 등 방역대응책 마련에 주력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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