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55.3%가 吳지지...朴 34.1%
공정 외치던 여당 ‘내로남불’에 염증 느껴
20대 여성 소수정당 지지 뚜렷
대선까지 청년층 목소리 높아질까
서울에 사는 정재성(22·남)씨는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압승을 거둔 이유를 이같이 해석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이 이뤄진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20대의 55.3%가 보수성향의 오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대 남성 10명 중 7명은 오 후보를 지지했다.
이를 두고 공정성을 중시하는 청년층이 정부와 여당의 잇따른 정책 실패와 위선적인 태도에 염증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에 대한 ‘막말 논란’ 등이 일었던 여당 캠프와 달리 야당이 선거 운동 기간 중 상대적으로 청년층에 대한 관심을 보인 점도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으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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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민주당 심판론’ 동참...“실망 컸다”
20대는 ‘민주당 심판론’을 외치며 야당 승리에 힘을 실었다.
집권 여당과 정부의 잇따른 과오를 비판하기 위해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 20대 유권자는 오 후보 지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미 알지 않느냐”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26·남)씨는 “오 후보를 지지했다기 보다는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와 위선, 오만함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나온 정당이 스스로 적폐가 돼 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모(28·남)씨도 “뽑을 만한 후보들이 나왔다기보다 공정하지 못한 여권과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선거”라고 전했다.
진보적 성향이 강했던 청년층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내로남불’로 조롱받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타락한 모습이 꼽힌다. 앞장서 촛불을 들었던 2030세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가 무너진 모습에 큰 실망을 느낀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이 당헌을 고쳐 가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점도 비판했다. 선거를 치르게 된 귀책사유를 제공한 여당이 최소한 반성의 표시로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대 대학생 윤정일(가명·남)씨는 “애초 여당 인사의 도덕적 해이로 치르게 된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나오는 것부터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방자치단체장 자리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성비위) 사건을 조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진= 방송3사 합동 출구조사 결과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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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청년문제 향한 관심 두고 저울질
청년층을 대하는 여야의 상반된 태도 또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유세 기간 중 20대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20대의) 역사 경험치가 낮다”고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청년층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 2019년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남성층에서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 대해 “이분들(20대 남성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며 "그 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야당은 상대적으로 청년층 표심 사로잡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세훈 후보 선거캠프는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 주도로 ‘2030 시민유세단’을 기획해 흥행에 성공했다. 청년층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 올라 발언할 기회를 줌으로써 집권 여당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도록 했다.
정씨는 “계속된 여당 관계자들의 청년 비하 발언에 실망해 지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반면 유세 과정에서 청년들을 집중 공략해 발언기회를 적극적으로 준 야당의 모습에 매우 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20대 男 “친여성정책 반감” 女 “朴은 여성 시장 아냐”
20대 남녀의 투표 결과는 차이를 보였다.
20대 남성 72.5%가 오 후보를 지지한 반면 여성 44%는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여성’은 집권 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 남성’과 더불어 박 후보를 오 후보보다 더 많이 지지했다.
20대 남성은 문재인 정부가 펼친 친(親)여성정책에 반감이 컸다고 전했다.
김기현씨는 “문 정부 들어 곳곳에서 군 가산점을 폐지하고 무분별하게 여성할당제가 늘어났다”며 “‘콘크리트 지지층’인 586세대와 20·40대 여성들을 위한 정책만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모(28·남)씨 또한 ”소위 '남성 독박' 징병국가에서 무리한 여성지원과 페미니즘 정책으로 역차별을 시행해 20대 남성 청년들의 민심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오 후보를 지지한 20대 여성 유권자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 후보의 정체성이 퇴색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모(28·여)씨는 “박영선 후보는 여성 시장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로 나온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전혀 없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사실보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정체성이 강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20대 여성의 15.1%가 여야가 아닌 소수정당을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연령대·성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소수정당 후보에 표를 던진 전소현(22·여)씨는 “보궐선거를 하게 된 이유를 고려했을 때 똑같은 남성 후보를 뽑는 건 의미가 없는 투표라고 생각했다”며 “지지 정당에게 연대 의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여야에게는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뽑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4·7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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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청년층 분노 이어질까 주목
이같은 청년층의 민심이 투표 결과로 드러남으로써 내년 대선까지 2030세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적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청년층, 특히 20대 남성이 ‘집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씨는 “진보 지식인들은 20대 남성이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부모의 교육 때문에 보수화됐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20대는 특정 정당의 진영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세대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보궐선거 이후 투표 계획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히며 오 후보를 비롯한 야당이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김준수(가명·남)씨는 “좌우 가리지 않고 현안에 맞춰 투표했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과 친문 계통에는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두 번의 기회를 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강모(29·남)씨는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전 거대 여당을 타도하기 위한 교두보와 같다”며 “대선 전 거대여당에 대한 반발심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 후보가 당선됐으니 민주당과 다르다는 걸 확실히 입증해야 한다.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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