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공무원 힘들게했던 '아픈 기억'도 꺼냈다…달라진 오세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협조 요청 시엔 '겸손'…본인 향한 우려는 '불식'

뉴스1

오세훈 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주요현안을 보고 받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전준우 기자 =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겸손하고 진솔한 자세로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민은 물론 갈등이 예상된 서울시의회에 스스로를 낮추면서 먼저 손을 내미는가 하면, 자신을 향한 우려에는 적극 해명하며 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오 시장은 8일 오전 8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헌화와 참배를 하며 첫 일정을 소화했다. 방명록에는 '다시 뛰는 서울시 바로 서는 대한민국'이라고 남겼다.

이후 8시50분쯤 서울시청으로 출근한 오 시장은 "고맙습니다"라며 90도 인사를 거듭했다.

오 시장은 출근길 시청 앞을 걸어가는 도중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나온 상인이 "수산시장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 달라"며 무릎을 꿇자 "이러시면 안 된다"며 상인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환영식에서는 "첫 출근을 환영해 주시는 여러분을 보니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며 "오늘부터 서울시는 다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시장으로 근무할 당시 일을 많이 시켰다며 직원들이 (제 복귀)를 걱정한다더라"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후 신청사 6층 집무실로 들어가 업무보고와 함께 인수인계서에 사인했다. 오 시장의 출근으로 폐쇄됐던 서울시장 집무실이 9개월 만에 열렸다.

오 시장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영상회의로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일 잘한다는 평가로 내년 정권교체 초석을 놓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뉴스1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를 찾아 김인호 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 시장은 첫 외부일정으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오 시장은 김 의장에게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며 "정말 잘 모시겠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오 시장과의 갈등이 우려됐다. 오 시장이 주택 재개발·재건축 등 더불어민주당, 기존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 기조와 상반된 공약을 내걸면서다.

과거 재임 시에도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무상급식 사태까지 이어져 사퇴했다. 오 시장은 우려와 달리 먼저 스스로를 낮추고 시의회에 손을 내민 것.

오 시장은 이후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와도 인사를 나눴다. 기자들 한 명 한 명과 인사, 덕담을 나누며 스킨십을 취했다.

숨가쁜 오전 일정을 마친 오 시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분주한 시민건강국 직원들과 오찬을 하며 현안을 논의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따라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송은철 감염병관리과장, 윤보영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오 시장과의 오찬에 참석했다.

오 시장은 오후에도 서울시 1호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성동구청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시청으로 복귀한 오 시장은 시 간부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오 시장은 해당 자리에서 자신을 향한 우려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박 전 시장이 10년 전 본인이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속으로 피눈물 나는 경험을 했다"며 "그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쉽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취소하고 없던 일로 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시정을 운영하다보면 철학과 원칙을 수정하는 일이 전혀 없겠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전임시장 초기 때처럼 깊은 검토없이 마구잡이 칼을 휘두르는 부분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럴 필요성이 있을 때는 각 부서 책임자와 논의하고, 방향을 바꿀 때 부작용이 있을지 충분히 검토한 뒤 여러분 의견을 존중해 방향 전환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거 재임 시절 도입한 '3%룰'에 대해서도 "저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직원 위주로 (제가) 들어오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들었다"며 "제가 듣기로 '3% 퇴출'을 비롯해 직원분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과장돼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3%룰은 근무 평가에서 부서마다 하위 3%의 퇴출 후보를 내놓도록 한 제도다. 이에 이번에도 비슷한 제도가 부활해 인사 칼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오 시장은 "코로나19 전시상황에서 직원 업무기강 확립 같은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며 "전혀 염려 안 하셔도 된다"고 일축했다.

이날 오 시장의 행보는 10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과거 스킨십 부족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만큼 그는 겸손하고 진솔한 태도로 시민, 직원, 시의회, 언론 등에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그는 당선 확정 후에도 "지난 5년 동안 일을 할 때는 머리로 일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jinny1@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