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원정 창단식 웬말"…야구팬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SSG 랜더스 힘차게 상륙시작 |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 SSG 랜더스가 구단 창단식을 연고지인 인천이 아니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인천경실련·인천상공회의소·인천YMCA 등은 5일 성명에서 "인천의 새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창단식을 열었다"며 "인천 연고 구단이 인천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원정 창단식을 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을 기반으로 그것도 첫발을 떼는 야구단이 보인 이 행태에 인천시민들은 당혹감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만일 구단이 호남이나 영남의 도시를 연고로 했다면 다른 곳에서 창단식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지난 4일 홈 개막전 참석 후 페이스북에서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서울 창단식에 대해 시민들이 아쉬움을 많이 표현하고 있고 저 역시 아쉬운 마음은 같다"고 밝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지역 팬들의 실망감을 성의있게 위로하려면 당연히 정용진 구단주가 직접 소통해야 한다"며 "정용진 구단주가 연고지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 인천 SSG랜더스의 출발을 순조롭게 이어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인천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전국에서 연고 프로구단이 가장 많이 바뀐 도시다.
인천 야구팬 최모(48)씨는 "열정을 다해 응원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다른 도시로 가거나 없어질 때 인천 팬들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창단식은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라도 팬들을 우선하는 행사를 많이 열며 오랜 기간 함께하는 명문구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야구팬 사이에서는 SK 와이번스 역시 2000년 구단 창단식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지나치게 사안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 온라인 시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야구팬은 "서울에서 열린 창단식은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지만, 인천시장·시의원·시민단체의 집중 공격을 받을 만한 최악의 선택도 아니다"라며 "인천시가 상생을 바란다면 기업에 바라는 것만 요구하지 말고 무엇을 먼저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청원 글은 게시 하루 만에 약 1천명의 '공감'을 받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 온라인 청원에서 30일 이내에 3천명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박남춘 시장 또는 담당 고위 간부가 직접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
SSG 구단은 정규시즌 개막 일정이 촉박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창단식을 열게 됐다고 설명하고 인천 야구팬에게 사과했다.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이번 서울 창단식으로 인천 시민들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며 인천 시민의 애정어린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야구단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SSG '서울 창단식' 비난하는 인천 시민사회단체 |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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