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도박 등 의혹에 2015년 농구계 떠났다가 혐의 벗고 2019년 복귀
TG삼보, kt 이어 KCC까지 3개 팀 사령탑으로 통산 다섯 번째 정규리그 1위 경험
전창진 KCC 감독 |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전주 KCC 지휘봉을 잡고 코트로 돌아온 지 두 시즌 만에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전창진(58)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용산고-고려대 출신인 전 감독은 실업팀 삼성전자에서 선수로 활약한 뒤 1998년 삼성 코치를 시작으로 TG(현 원주 DB) 코치를 거쳐 2002-2003시즌부터 TG 정식 감독을 맡았다.
이후 2009년까지 TG삼보와 동부 사령탑을 역임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세 번씩이나 차지했고, 2009년부터 부산 kt로 옮겨서도 정규리그 우승을 한 차례 달성했다.
감독상은 다섯 차례나 받아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KBL 역대 최다 수상 기록도 보유 중이다.
KCC 전창진 감독 |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던 전 감독에게 2015년 큰 시련이 닥쳤다.
전 감독은 2015년 4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그해 5월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인삼공사에서는 공식경기를 단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채 같은 해 8월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한 달 뒤에는 KBL로부터 '무기한 등록 자격 정지' 징계를 받고 사실상 프로농구계를 떠나야 했다.
이후 전 감독은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2016년 9월 검찰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단순 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2019년 6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KCC는 2018년 11월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해 KBL에 징계 해제를 요청했다. KBL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KCC는 전 감독에게 코치 대회 기술고문 역할을 맡겼다.
눈물을 흘리는 전창진 감독 |
마침내 단순 도박 혐의마저 벗게 되자 KBL은 2017년 7월 전 감독에 대한 '등록 불허'를 철회했다. 전 감독에게는 다섯 시즌만의 코트 복귀 길이 열렸다. 당시 전 감독은 KBL 재정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정적인 여론도 여전했지만 결국 전 감독은 2019-2020시즌 KCC 지휘봉을 잡고 코트로 돌아왔다.
전 감독의 복귀 첫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도에 조기 종료된 가운데 KCC는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2020-2021시즌에는 전문가들이 서울 SK나 DB, 인삼공사를 우승 후보로 지목한 가운데 6강 후보 정도로 꼽히던 KCC는 예상을 비웃기라고 하듯 전 감독 지휘 아래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놓고 1위를 확정 지었다.
TG삼보 사령탑 시절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명이 붙은 전 감독은 TG삼보·동부(총 3회)와 부산 kt(1회)에 이어 KCC도 1위로 이끌면서 KBL 역사상 최초로 3개 팀에서 정규리그 1위를 지휘한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정규리그 1위 사령탑 순위에서는 울산 현대모비스에서만 6차례 1위를 경험한 유재학 감독에 이어 전 감독이 2위다.
선수들 격려하는 전창진 감독. |
2002-2003시즌 '초보 사령탑'으로 TG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만 해도 '김주성 효과 아니냐'는 주위의 시기 어린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kt에 이어 코트 복귀 2년 만에 KCC를 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역시 전창진'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전 감독이 kt 사령탑 시절부터 추구했던 '모션 오펜스', 즉 움직이는 농구는 올 시즌 KCC에서 꽃을 피웠다.
여기에 팀 최소실점을 기록 중인 강력한 수비가 뒷받침되면서 KCC는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고 이에 따라 적재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전 감독의 용병술이 더해지지 않았더라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KCC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12연승을 거두고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순위 싸움을 주도했다. 종전 두 차례 9연승이 프로 사령탑으로서 최다 연승이었던 전 감독 개인적으로도 새 기록을 썼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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