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비무장 시민에 무차별 발포… 주민 “우리를 새-닭처럼 쏴 죽인다”
미성년자 20여명 등 총 450명 사망… “군부가 시민 산 채로 불태워” 의혹도
中-러 등 8개국은 ‘軍의 날’ 기념사절
‘미얀마 군의 날’ 총 든 군대… ‘저항의 날’ 활로 맞선 시위대 미얀마 군부가 27일 ‘미얀마 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수도 네피도에서 열병식을 열었다(위쪽 사진). 군부가 지난달 1일 일으킨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27일 ‘오늘은 저항의 날’이라고 외치며 직접 만든 활과 화살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미얀마에서 3월 27일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1962년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 이후 명칭이 바뀌었다. 네피도·양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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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27일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114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하루 희생자로는 가장 많다. 사망자 중에는 5∼15세 미성년자 4명도 포함돼 군부의 잔혹성과 야만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후 이날까지 희생된 시민은 450명에 이르고 이 중 미성년자도 20명이 넘는다. 군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다면 머리나 등에 총알이 박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의 한 마을에서는 1세 여아가 군부대 주둔지 근처의 집 밖에 있다가 고무탄에 오른쪽 눈을 맞아 다쳤다.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군경이 우리를 새나 닭처럼 쏴 죽이고 있다”고 했다. 2대 도시 만달레이 인근 메이틸라에서도 군부대가 시위대를 해산한다며 주택단지를 향해 발포해 4명이 숨졌다. 이 중엔 13세 소녀도 있었다. 중부 슈웨보에서도 출가(出家)를 앞둔 13세 소년이 집 안에 앉아 있다 총격에 희생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이들 외에도 11세 소년, 7세 무슬림 소녀 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 실제 어린이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프는 트위터를 통해 “어린이들을 향한 이 비극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날은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시민을 산 채로 불태웠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현지 매체 키티미디어는 만달레이에서 군부가 네 아이의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한 후 살아 있는 그를 불 속에서 태웠다고 전했다. 28일 오전 마을 주민들은 불이 타고 난 잔해 속에서 그의 뼈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가 이날 새벽 만달레이의 한 마을에 불을 질러 50여 가구의 주택이 불에 타고 재만 남은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군부는 ‘미얀마 군(軍)의 날’인 27일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유혈 진압을 벌였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군경이 이날 하루에만 전국 40여 개 도시에서 114명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양곤 남쪽 달라 마을에서는 전날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서 앞에서 무차별 사격이 자행돼 8명이 숨졌다. 시민단체 ‘미얀마인권네트워크’의 초 윈 대표는 BBC에 “진압이 아니라 학살(massacre)”이라고 말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은 학살이 자행되는 와중에도 수도 네피도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연설을 해 공분을 샀다. 그는 ‘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이 미얀마 군부에 기념 사절을 보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부의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일부 소수민족의 무장 반군은 군부가 이끄는 미얀마 군과 교전을 벌였다. 시위대와 연대를 선언한 카렌민족연합(KNU)이 태국 국경지역에 있는 카인주 무트로 지구의 한 미얀마 군 기지를 공격해 장악했다고 미얀마나우가 27일 전했다. 미얀마 군도 반격에 나서 카렌족 마을을 공습했다. 두 진영의 격렬한 공방으로 양측 모두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엽 jjj@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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