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25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로 의심받는 기업들을 제재했다. 한국 기업도 이들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한 이력이 있어 추후 제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웹사이트에 미얀마경제지주회사(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 등 군부의 자금줄로 의심되는 2개 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 역시 이날 MEHL 제재에 동참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오늘 제재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군부의 자금줄을 고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이들 회사를 통해 미얀마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미얀마에서 무역과 천연자원, 술, 담배, 소비재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EHL은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주주자료를 보면 1793개의 기관이 주주로 등재돼 있는데, 여기에는 지역 군 사령부와 예하 사단과 대대, 비행대, 국경수비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회사의 이윤이 군부에 체계적으로 배분되는 셈이다. MEC는 애초에 국방비를 줄이고 군인들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회사다. 광업과 제조업, 통신 분야 등에 진출해 있다.
이번 제재를 통해 이들 기업의 미국과 영국내 자산은 동결된다. 이들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자회사에 대한 자금 제공 역시 금지된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일부도 MEHL과 함께 사업을 벌인바 있다. 포스코는 MEHL과 포스코강판(C&C)을 합작회사로 설립했다. 한국 기업인 이노그룹 역시 MEHL과 합작해 미얀마 양곤에 봉제공장을 세웠다. 이노그룹의 건설사업부는 MEHL과 함께 양곤에 건설공사를 진행한 이력도 있다. 앞서 포스코강판은 “인권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MEHL에 배당하지 않고 필요하면 사업관계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미얀마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다수가 이들과 사업을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의 유혈진압이 문제가 되자 거래를 중단했다. 실제 일본의 기린맥주는 지난달 5일 이윤이 미얀마군의 복지기금으로 쓰였던 MEHL과의 합작투자사업을 접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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