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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그들은 복수를 외치고 있다” 하나 둘 무장하는 미얀마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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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형제나 자매가 자기 눈 앞에서 죽는 걸 본 젊은이들을 무슨 수로 말리느냐. 그들은 복수를 외치고 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이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한 의원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독립언론인 IANS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2달 가까이 평화 시위를 벌여온 미얀마 시민들이 하나 둘 무기를 들고 있다. 군부의 잔혹성, 국제사회의 미미한 지원에 최후의 수단인 무력항쟁으로 전선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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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양곤의 시위대가 지난 1일 한 거리에서 방패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패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양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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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미얀마의 학생과 활동가들, 평범한 직장인들이 국경지대의 산림에서 저항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총을 장전하는 방법과 수류탄 핀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법, 화염병 제조법 등을 배우고 있다.

양곤 출신으로 지난 한 주동안 산림지역에서 훈련을 받은 한 여성은 뉴욕타임스에 “미얀마 군부는 생각이 없는 잔인한 짐승들이다.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공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했다.

그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파업과 가두 행진 등 평화 시위를 벌여왔다. 하지만 군부의 잔혹성은 시위대의 무장세력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2일 만달레이에서는 물을 길러 집을 나선 14세 소년이 총상을 입고 사망했고, 그 다음날에는 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던 7세 소녀가 사망했다. 국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젊은 여성은 “나는 내 목숨을 걸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도시에 남은 시민들도 무기를 들고 있다. 양곤 시위대의 최전선에 있는 고 소 윈 나잉(26)은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무장을 갖췄다. 군용 헬멧을 쓰고 방독면을 착용했다. 등에는 검을 멨고, 조끼에는 최루탄을 넣어뒀다. 그의 주된 무기는 수류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폭죽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내가 죽는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벌써 3주째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과 대치중인 만달레이 시위대의 고 뗏 나웅(23)은 “우리를 Z세대라고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P세대(보호세대)라고 부른다. 최전선에서 나라를 지키다 죽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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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스님들이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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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D를 주축으로 구성된 민주화세력의 임시정부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앞서 “혁명”을 언급하며 “자위권 확보”를 강조한 바 있다. 국경지대에서 오랜시간 군부와 싸워온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함께 연방군대를 창설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며 일부 무장세력은 이미 군부를 습격하기도 했다. 지난주 미얀마 북부의 카친족 무장세력은 군부에 대한 기습공격을 시작했다. 이날은 카렌족의 무장세력이 군인 5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CRPH의 대변인인 사사 박사는 “외교가 실패한다면, 살인이 계속된다면, 미얀마 사람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시위대의 무장세력화는 미얀마를 내전에 준하는 전란에 빠뜨릴 수 있다. 현재 군부는 수십년간 국경지대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잔혹하게 진압했던 33부대와 77부대를 주요 도시에 배치했다. 더 많은 피가 흐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NLD 지도자는 IANS에 “무장 투쟁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민주화를 위해 모든 걸 걸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무장투쟁을 해야한다는) 동요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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