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반(反)군부 민주진영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사사 유엔 특사(윗줄 가운데)가 로힝야족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화상으로 만남을 가졌다. 사사 특사는 “로힝야족에 대한 정의”를 약속했고, 로힝야족 인사들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해보였다./사진=사사 특사 SN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세계에서 박해받는 민족’ 중 하나인 로힝야족에게 군부에 맞서고 있는 미얀마 민주진영이 연대의 손길을 보냈다. 임시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국제연합(UN) 특사는 “우리의 로힝야 형제 자매들을 위한 정의를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사 UN특사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로힝야 지도자들과 놀랍고 훌륭한 만남(화상회의)을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300명에 가까운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군부 밑에서 오랜동안 많은 고통을 겪어온 로힝야 형제 자매들의 정의를 함께 돌려줄 것”이라며 “우리는 군부의 전쟁범죄·잔학 행위와 미얀마 국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정의를 구현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사 특사는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새 얼굴 중 하나다. 의사 출신으로 아웅산 수 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쿠데타 이후 수도 네피도를 탈출해 은신처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유엔과 국제사회에 미얀마 군부의 만행을 알리는 한편 국제사회에 민주진영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사사 특사 자신도 소수민족인 ‘친’족 출신이고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는 다소 드문 기독교인이다. CRPH의 유엔 특사직을 수락한 그는 현재 군부에 의해 반역죄로 기소된 상태다.
사사 특사의 이번 발언은 무척 의미가 크다. 수 치 국가고문과 문민정부마저 배척했던 로힝야족을 ‘형제자매’라 칭하며 손길을 내민 것이다. 앞서 사사 특사는 지난 15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혈 사태가 계속될 경우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수민족 무장세력과의 연대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후 CRPH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테러·불법 단체 목록에서 삭제하고 함께 연방연합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군부 민주진영이 소수민족을 끌어 안으며 연방정부·연방군대 건설 등을 통해 군부에 맞서려는 것이다.
사사 특사가 로힝야족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회의를 갖고 ‘로힝야족에 대한 정의’를 약속한 것은 기존 수 치 고문의 문민정부 행보와도 대비된다. 군부와 위태롭게 공생하던 수 치 고문으로선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수 치 고문도 로힝야족을 미얀마의 민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군부에 의해 자행된 로힝야족의 학살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수 치 고문은 오히려 지난 2019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 재판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변호하기도 했다.
로힝야족은 카렌족·카친족이나 라카인족과 같은 수준의 무장단체는 없다. 오히려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소수민족처럼 화력을 갖춘 무장단체는 없지만 민주진영이 로힝야족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국제사회 무대에서 민주진영의 명분과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힝야족에게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한 것은 ‘미얀마 국민’으로서의 자격이다. 지난 22일 로힝야족 난민들이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난민촌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400명의 생사가 불분명하다. 난민촌에 거주하던 난민 약 4만5000명도 또 다시 거리로 나앉게 됐다.
CRPH는 이달 내로 수 치 고문이 이끌어오던 현 정부의 공식임기가 끝나는 직후 미얀마의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연합정부와 이를 위한 연방 민주주의의 쟁취와 헌법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사 특사와 CRPH가 새롭게 마련할 헌법에 로힝야가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로힝야족의 처지가 대폭 개선될 길이 열린다.
한편 군부는 가택연금 중인 수 치 고문에 대한 화상 심문을 인터넷 문제를 이유로 또 다시 연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수 치 고문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 변호사를 인용, 수 치 고문의 심문이 인터넷 문제를 이유로 내달 1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