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 집에 있던 7살 여아에 총격…어린이 최소 20명 숨져

세이브더칠드런 집계 “어린이 17명 구금상태”

23일 미얀마 군부의 총격에 숨진 7살 킨 묘 칫의 생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경이 집에서 아버지 품에 있던 7살 어린이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지난달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어린이나 청소년도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터넷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24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23일 발생한 7살 소녀 킨 묘 칫 사망 사건을 보도했다. 보안군은 이날 오후 4시 오토바이 등에 나눠 타고 만달레이의 주택가에 도착했다. 무기와 무기 소지자를 적발하기 위해 일대를 수색하던 보안군은 킨 묘 칫의 집에 거칠게 들이닥쳐 “모두 앉으라”고 명령했다. 가족들이 모여 앉자 “모두 모인 게 맞느냐”고 물었고, 킨 묘 칫의 아버지가 “6명 다 모였다”고 대답했다. 보안군은 “거짓말을 한다”며 반복해 추궁했고, 결국 총을 발사했다. 가족들은 <비비시>(BBC) 방송에 “킨 묘 칫이 아버지에게로 뛰어가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안군의 만행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보안군은 집에 있던 19살 킨 묘 칫의 오빠를 총 개머리판으로 친 뒤 연행해 갔다. 보안군은 킨 묘 칫의 아버지에게 “(총에 맞은) 아이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버지는 이를 거부했다. 군인들이 떠난 뒤 가족들은 킨 묘 칫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킨 묘 칫의 언니는 “우리 가족들은 너무 고통스럽다. 우리는 킨 묘 칫 때문에 슬프고, 또 다른 아이들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폭력으로 어린이·청소년이 매일 목숨을 잃고 있다. 이날 만달레이에서 최소 8명이 숨졌는데, 킨 묘 칫 외에 집 문을 잠그다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14살 소년 툰 툰 아웅도 있었다. 지난 21일에는 만달레이의 한 찻집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15살 소년 조 묘 테가 군경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숨졌고, 22일에는 양곤 주택 단지에서 14살 소년이 군경에 의해 숨졌다.

2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14살 소년 툰 툰 아웅의 장례식에서 그의 가족이 죽은 소년의 얼굴을 붙잡고 울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국제구호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군부 쿠데타 이후 최소 2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미얀마 내 파트너들과 조사한 결과 11살 소녀를 포함해 최소 17명의 어린이들이 임의 구금된 상태이며, 어린이들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건은 14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치명적 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데 경악한다”며 “많은 아이들이 거의 매일 죽고 있다는 사실은 보안군이 민간인의 생명을 완전히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 기준 사망자가 최소 275명이라고 밝혔지만 군부는 16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군정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날 군경 중에서도 희생자가 9명 나왔다며 “이들을 평화 시위대라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반대 시위 과정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시민 628명을 24일 석방했다. 석방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부가 7살 소녀의 사망으로 성난 시민들을 달래려는 조처로 보인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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