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행적 웹사이트에 공개
세 아이의 엄마 말라 윈은 지난 주말 미얀마 북부 마그웨의 자택 앞에서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 군인들에게 무릎을 꿇고 체포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끝내 체포됐고 다음날 시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말 미얀마에서는 그를 포함해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시각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의 아들이 소유한 호화 리조트에서는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군부가 임명한 새 관광장관 마웅 마웅 온이 관광산업 재개를 기념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군부의 폭력에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와중에 한편에서는 군부의 성대한 행사가 치러진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0일 민 아웅 흘라잉의 두 자녀가 운영하는 6개 사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지만, 그의 리조트에서는 보란 듯이 행사가 열렸다.
국제사회의 불충분한 제재에 미얀마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이날 미얀마 시민들이 ‘사회적 처벌’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군부 인사들의 성인 자녀 약 150명과 그들의 행적을 공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군부 인사의 자녀들은 미국·영국 등에서 유학을 하거나 미얀마에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등 부모의 후광을 바탕으로 호의호식해 왔다. 한 시민은 이라와디에 “군부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청년들을 죽이는 동안, 군부 인사의 자녀들은 민주국가에서 특권층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미얀마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군부 선전정보부장의 딸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유명해진 또 다른 전직 장교의 딸은 최근 소셜미디어 계정을 닫았다. 그는 군부가 시위대에 실탄을 사용한 지 며칠 만에 1만2000달러(약 1350만원)가 넘는 신발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팔로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복수의 화장품 회사는 최근 그가 출연한 자사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사회적 처벌’이 영향력을 발휘하자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괴롭힘이 있을 경우 신고할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사이트 개발에 관여한 인사는 이라와디에 “우리에겐 맞서 싸울 총이 없다. 소셜미디어 처벌은 분명히 그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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