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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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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봄에 나타난 신데렐라,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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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에 기여한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화성=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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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김하경(25)은 성장했다. 긴장감에 무너지던 꼬마 세터가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끄는 세터로 변신했다.

기업은행은 22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PO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5-6, 25-14, 20-25, 27-25) 승리를 거뒀다. 1차전을 내줬던 IBK기업은행은 승부를 3차전으로 끌고 갔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날 선발로 주전 조송화 대신 백업 김하경을 투입했다. 1차전에서 조송화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김하경은 경기 초반 긴장감을 떨치고 볼을 잘 배급했다. 특히 주포 안나 라자레바의 입맛에 맞는 공을 올려줬다. 경기 후반엔 다소 흔들렸지만 끝까지 잘 버텼다. 서브도 에이스 2개 포함 날카롭게 때렸다.

김우재 감독은 경기 뒤 "김하경이 연습한 대로 잘 해줬다. 조송화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김하경을 믿었는데 나름 열심히 했던 모습이 코트에서도 나왔다"고 말했다. 선배 표승주도 "많이 떨렸을 텐데 잘 이겨냈고. 많이 부담 됐을 텐데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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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화성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토스를 올리는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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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이 선발 출전 사실을 안 건 경기 당일 낮이었다. 김하경은 "조금 많이 놀랐다.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갈 줄 몰랐다"며 "처음에 긴장됐는데 동료들이 '재밌게 하자. 후회없이 하자'고 얘기해서 조금씩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 플레이에 대한 점수를 부탁하자 "50점이다. 서브가 잘 됐다. 토스는 공격수들과 안 맞았는데 처리를 해줘서 자신있게 올린 것 같다"고 했다.

김하경은 "후반에는 빨리 돌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누굴 줘야되지'라는 생각 많이 했던 것 같다. 라자레바는 어택라인에서 센터라인 쪽으로 안쪽으로 공을 세워서 올리는 걸 좋아해서(그렇게 올렸다)"고 말했다.

김하경은 2014~15시즌 원곡고를 졸업하고 IBK기업은행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3경기 밖에 뛰지 못한 그는 그해 주전 김사니, 백업 이소진이 모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한일 탑매치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김하경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고, 기업은행은 일본 NEC에 0-3으로 완패했다. 이후에도 김하경은 백업에서 머물렀고, 16~17시즌 이후 팀을 떠나 실업팀 대구광역시청으로 갔다.

하지만 2년 뒤 기업은행이 김하경에게 복귀를 제안했고, 지난 시즌 김하경은 다시 프로로 돌아왔다. 중학 은사인 김우재 감독은 김하경을 믿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나서 훨훨 날아올랐다. 김하경은 "기업은행을 처음 떠날 때 많이 배구를 못하고 간게 후회가 됐다. 부모님께서도 다시 해보는게 어떠냐고 하셔서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김우재 감독은 3차전에서도 조송화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선발 세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하면 김하경이 먼저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하경은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경기다. 힘들게 온 만큼 마지막이 되지 않게, 챔프전까지 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화성=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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