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32·FC서울)이 22일 자신을 초등학생 시절 성폭행 가해자라고 폭로한 피해 주장자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이제 법정으로 무대를 옮겼다. 피해 주장자가 허위 폭로를 인정했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 그리고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존재가 알려진 목격자 증언의 파급력을 주목할만하다.
MBC ‘PD수첩’은 16일 방송을 통해 “기성용 성폭행을 봤다는 (폭로자 외) 또 다른 증언도 있다. 다만 법정에서 공개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혀 이를 존중해 (목격자 발언을) 방송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폭로자 측 박지훈(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기성용이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 전라남도 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후배 A, B를 유사강간(구강성교)했다는 피해자 주장을 공개했다.
기성용이 초등학생 시절 성폭행 가해자라는 폭로가 민·형사 소송 제기에 따라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됐다. 피해 주장자 허위사실 인지 여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이 존재를 공개한 목격자 증언의 파급력 등이 쟁점이다. 사진=MK스포츠DB |
그러나 당시 기성용은 촉법소년이었고 손해배상 시효도 끝났다. 범죄 자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다만 이번 법적 대응을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인지 허위사실 유포인지, 폭로자에 대한 경찰·검찰·법원의 판단이 나오게 된다.
국가대표팀 주장을 지낸 기성용은 한국축구 역대 최고 미드필더 중 하나다. 경찰이 피해 주장자를 구속/불구속할지와 기소 의견 송치 여부, 검찰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기소할지 등 손해배상 청구에 따른 민사 재판과 별개로 형사 사건이 수사기관에서 단계를 밟아갈 때마다 큰 사회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다.
2000년은 지금처럼 누구나 사진·영상을 촬영하고 녹음을 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따라서 목격자가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할지, 직접 본 것인지 아니면 정황 청취 등 간접적인 내용인지 등은 성폭행 사실 여부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송상엽(법무법인 서평) 변호사가 “PD수첩이 국민에게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 피해 주장자는 이미 기성용 관련 최초 폭로가 사실이 아님을 인정했다”며 증거로 제시한 음성 파일도 법정 공방의 주요 쟁점이 될만하다.
명예훼손 고소장이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기성용 측은 1달 가까이 증거를 수집하며 허위사실 유포 입증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박지훈 변호사는 “송상엽 변호사가 ‘피해 주장자가 거짓 폭로를 시인했다’며 내놓은 음성 파일은 지난달 26일 우리가 공개한 통화녹음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해자 측은 “성폭력이 없다는 정정보도문을 요구(강요)받은 괴로움을 박지훈 변호사와 상담하고 고민하는 내용을 송상엽 변호사가 자르고 붙인 것이다. (편집하지 않은) 원본도 있다”는 입장이다. 60차례 이상 회유·협박에 대한 음성 파일이 존재한다면서 통화녹음 일부를 22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1년 전 사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있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어느 쪽이 이기든 민·형사 소송 모두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결론이 금방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chanyu2@maekyung.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