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기성용이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광주FC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팀 승리를 이끈 뒤 코치진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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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스포츠심리학적으로 해석해도 기성용은 매우 이례적 사례.”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지난 2007~2008년 세뇰 귀네슈(터키) 감독이 이끌던 FC서울의 스포츠심리상담가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기성용, 이청용 등이 10대 스타로 주목받으며 팀의 미래로 불렸을 때다. 어린 시절 이들의 남다른 재능과 멘탈을 지근거리에서 본 그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도 맹활약하는 기성용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 김 교수는 “기성용이 어려운 상황에도 제 경기력을 발휘하는 건 정말 대선수에게나 나올법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초등생 시절 축구부 후배에게 성폭력을 했다는 의혹이 시즌 개막 직전 불거지면서 곤욕을 겪었다. 자신의 과거 혐의를 부인하면서 향후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훈련과 경기에 몰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성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지난 수원FC 2라운드에서 ‘레이저 패스’로 서울 복귀 이후 첫 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2경기(인천전·광주전)에서는 연속 결승포로 팀에 승점 3을 안겼다. 특히 광주전을 하루 앞둔 16일엔 자신의 논란을 다룬 한 시사프로그램에 방영됐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 주로 다뤄지면서 또다시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기성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날 경기에서 후반 막판 환상적인 왼발 결승포로 포효했다. 기성용은 경기 직후 “난 프로 선수다.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지금 같은 경우엔 더 정신적으로 집중하려고 한다”며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좋은 모습 보이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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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기성용의 강철 멘탈’이 화제로 떠올랐다. 김 교수처럼 전문가도 놀라워한다. 그는 “대체로 예민한 운동선수는 이런 논란이 휘말리면 그저 사과를 하고 무너져버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신력이 강하고 큰 경험을 지닌 선수는 ‘논란’과 ‘경기력’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멘탈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연결하는 이론인 계획행동이론(TPB)에 매우 부합한 유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TPB가 뛰어난 건 대체로 특급 스타다. 예를 들어 과거 골프의 타이거 우즈도 자신을 향한 여러 논란에도 다시 제 경기력을 찾고 부활하지 않았느냐”며 “기성용도 빅리그에서 여러 구설에도 프로답게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는 선수를 많이 봤을 것이다. 그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TPB 수행력이 뛰어나면 스포츠심리학적으로 방해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념대로 무언가 하려면 중간에 방해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기성용은 논란거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이를 통제하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민한) 운동선수는 자극을 주면 각성반응이 눈에 띈다. 이는 곧 에너지 수준이 높아지는 것인데 그저 짜증을 내는 선수도 있으나 톱클래스 선수는 이를 운동 수행력이 더 좋아지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 역시 (감정적으로) 통제력이 뛰어나고 자신 있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기성용이 딱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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