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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 수사팀장 “공수처가 기소 판단? 공수처장 논리 해괴망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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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만 이첩했고 기소는 남겼다' 주장에 직접 반박 나서

조선일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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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 3부 이정섭 부장검사가 15일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 규정 검토’글을 올렸다.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다시 이첩한 이상 이 사건에 대한 기소 권한은 검찰에 있다는 내용으로, ‘사건만 이첩했고 기소권한은 이첩한 게 아니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사가 진행중인 수사팀장이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김 처장은 12일 이 사건을 검찰로 다시 보내면서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는 별도 공문을 보냈다. 이 부장검사는 “우리 공수처장께서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수습이 되지 않으니 ‘사건을 이첩한 게 아니라 (수사)권한 (만) 이첩한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듣도보도 못한 논리를 내세우셨길래 참고하시라는 취지에서 (공수처법 검토)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가뜩이나 바쁜데 공수처장께서 수사방해의 일환으로 보고서를 쓰게 하는 방법으로 힘을 빼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설마 아닐 것” 이라며 A4용지 8쪽에 달하는 ‘검토보고서’를 첨부했다.

◇사건 이첩 후에는 공수처 관여 권한 없어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송치를 요구한 데 대해 “이첩은 ‘사건’을 다른기관으로 보내 그 기관이 가진 조사·감사·수사·기소 등 권한을 행사해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이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권’만 이첩하고 ‘기소권’은 이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고 이첩받은 기관은 고유 권한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것 뿐이어서 ‘권한’을 이첩한다는 개념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에도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따라서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에 대해 ‘수사 완료 후 (공수처법상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인) 송치’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송치’는 수사를 마치고 수사기록 일체를 기소 권한이 있는 기관에 넘기는 행위다. 공수처법은 중복수사에 대한 이첩요구 규정은 있지만 ‘송치’ 는 용어 자체가 없다. 김종민 변호사도 “‘송치' 용어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공수처가 수사지휘권을 갖고 검찰을 지휘 대상인 수사기관으로 여기는 행위”라고 했다.

◇공수처'만' 기소할 수 있는 것 아냐, 검찰도 가능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공수처법 1조 1항 2호에 따라 공수처의 공소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공소제기 여부 판단을 위해 이첩하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 독점적 기소권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며 형사소송법과 공수처법, 검찰청법을 들어 그 해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이 시행된 올해 1월1일 전까지 우리 형사사법은 검사에만 기소권을 부여하는 기소독점주의를 취하고 있었다. 공수처법 시행에 따라 기소독점주의 예외로써 공수처도 특정 직역(판·검사)과 직위에 있는 사람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갖게 됐다.

이 부장검사는 “다만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공수처법에 검사의 공소제기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공수처법 26조 1항 등에 비춰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수사권만 있고 예외적으로 3조1항 2호에 정하는 범죄에 대해 기소권을 보유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3조 1항 2호는 공수처의 업무 범위로 판·검사, 검찰총장 등에 대한 기소권을 정한 내용이다. 판·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공수처도’ 기소 권한을 갖게 된 것이지, ‘공수처만’ 기소 권한을 갖는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기소독점주의 예외로 인정되는 즉결심판법 2조에 규정된 사건에 대해서도 검사의 기소권은 배제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특정 신분의 특정 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독점적 기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결심판법 2조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대해서는 관할경찰서장이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하도록 해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사건에서도 검사의 기소권은 배제되지 않고 실제 검사가 기소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수사' 도 아닌데 왜 이첩요구하나

이 부장검사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수처법 24조 1항을 근거로 “김학의 사건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해당 법규정을 분석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②수사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②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③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 규정은 동일 범죄에 대한 여러 수사기관의 중복 수사를 방지하고 수사가 더 진행된 수사기관 또는 공정성에 논란이 없는 기관에 수사 우선권을 주려는 규정”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①이 사건과 중복되는 사건이 공수처에 존재하지 않고 ②검찰 수사는 상당정도 진행돼 있으며 ③수사대상자들의 공수처이첩 주장 등으로 인해 오히려 공수처 수사에 ‘공정성논란’이 있고 ④공수처는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이첩을 요청하는 것이어서 위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수사 외압’ 피의자로 입건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불법출금을 실행한 이규원 검사는 “이 사건은 공수처 관할”이라며 공수처 이첩을 요구했다. 이 지검장의 경우 공수처 이첩 후 검찰 재이첩을 반대하는 입장문도 냈다.

이 부장검사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 요구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행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공수처가 사건 다시 달라고 하는 것은 ‘사건 돌리기’(핑퐁)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24조 3항에 따라 사건을 검찰로 보낸 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고 한 데 대해서도 “사건 돌리기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24조 3항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이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부장검사는 “24조 3항에 따라 ‘재이첩’한 사건을 24조 1항에 따라 ‘재재이첩’요청하면 이는 수사기관 간의 사건 돌리기(핑퐁)에 다름 아니다”며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수사대상자 권익이 침해되며 불공정 수사논란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이첩한 사건에대해 재재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그 자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행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제 통닭 시키면 절반은 남겠네” 수사팀 해체 아쉬움 토로

이 부장검사는 사건을 돌려받은 직후 법무부가 수사팀의 임세진 부장검사와 김경목 검사에 대한 파견 연장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썼다. 그는 “직무대리 요청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부족한 팀장을 만나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두 후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고 앞으로 그 열정을 어찌 누르고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가) 남은 수사인력만으로 제대로 수사가 마무리될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신다니 그리 해야겠다”면서도 “두 후배들과 야식 시켜먹던 것이 벌써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몇 명 안 남아서 통닭 한 마리 시키면 절반은 남겠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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