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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CNN, 미얀마 ‘태권소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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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탄에 맞아 죽었고, 시신은 도굴됐고, 무덤은 시멘트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지난 3일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19세 ‘태권소녀’ 찰 신(Kyal Sin)의 사연을 재조명했다. 신의 죽음은 미얀마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며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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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N은 “수 천 명의 애도 가운데 묻힌 신의 무덤을 군부가 파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군부는 5일 신의 무덤을 도굴했고, 당시 무덤의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CNN에 따르면 도굴이 일어난 다음날(6일) 무덤 주변에서는 면도날 조각, 고무장화, 의료용 가운, 삽, 그리고 피 묻은 고무장갑 등이 발견됐다. 신의 죽음을 애도하며 시민들이 꽃과 공물로 채웠던 무덤은 회색 돌판과 시멘트로 채워져 있었다.

외신은 신의 죽음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군부와 싸우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게 됐다고 전했다. CNN은 유엔을 인용해 지난달 1일 쿠데타가 일어난 뒤 지금까지 최소 80여 명이 숨졌고 2000명 이상이 구금되거나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신의 친구인 민 텟 오(Min Htet Oo) 씨는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신은 사망 당시 시위대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는 다른 시위자들을 보호하고 최루탄을 젖은 천으로 재빨리 처리하는 활동을 했던 시위 그룹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 같은 그룹에 속했던 한 사람은 “신의 활동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며 “우리 그룹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을 담은 한 영상 속에는 신이 죽기 전 “앞에 있는 사람은 앉아요,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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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도굴한 군부와 경찰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도굴 현장을 목격한 한 미얀마 시민은 “그날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 약 20여 명이 갑자기 묘지에 들이닥쳤다”며 “차와 오토바이들이 왔고 그들은 총을 든 채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군용 차량도 목격됐다.

신의 가족은 딸의 부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신의 시신을 멋대로 부검한 경찰은 4일 신의 왼쪽 귀 뒤에서 길이 1.2㎝, 너비 0.7㎝의 납 조각이 나왔으며, 이는 경찰의 총탄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신의 사망 원인을 시위대가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신의 사망 원인이 총상으로 인한 뇌 손상이라고 CNN에 전했다. CNN은 머리에 총탄이 박힌 신의 X-레이 사진도 보도했다.

CNN은 신의 죽음이 미얀마 시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의 죽음 이후 유엔 등은 경찰과 군부의 폭력 진압에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CNN은 “미얀마 젊은이들이 매일 시위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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