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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백과사전 259] 더플레이어스의 파3 17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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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7번 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가장 재미난 홀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는 가장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관심가지는 대회 속의 대회가 있다.

이번 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쏘그래스(파72 7189)의 160야드 미만 거리의 파3 17번 홀이다. 모던 골프 코스 설계의 거장인 피트 다이의 숨결이 두드러진 이 홀에서 25야드 길이의 둥근 그린에 공을 올리느냐가 관심거리다.

거리는 짧은 편인데 사방에 물이 있는 아일랜드 그린만 덩그러니 있어서 티잉 구역에 서면 그린이 아득한 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까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불면 공 컨트롤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그린에 올린다 해도 너무 뒤에 떨어지면 굴러서 그린을 지나 물에 빠질 수 있다.

지난 2019년에 이 대회에서 첫날 14개의 공이 물에 빠졌고 마지막날은 무려 17개나 호수에 빠졌다. 나흘 합쳐 45개의 공이 빠졌다. 지난 2003년부터 PGA투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총 679개의 공이 이 홀에서 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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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홀에서 지금까지 총 679개의 볼이 빠진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자료=PGA투어]



이 홀에서의 다양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건 2003년이고 이후 17년 동안 매년 평균 47개의 공이 빠졌다. 라운드 별로 구분하면 첫날에 가장 많은 232개의 공이 빠졌다. 둘째도 175개나 빠졌다. 컷오프가 결정되고 본선에 오른 선수가 경기하는 주말에는 121개와 151개로 줄어든다. 하지만 마지막 날은 승부가 걸려 있어서인지 3라운드보다 오히려 더 많이 빠졌다.

2007년에는 93개의 공이 빠져서 역대 최다였고, 2014년에는 28개로 가장 적었다. 물에 빠지면 더블보기는 각오해야 한다. 핀까지 70야드인 드롭존에서의 세 번째 샷은 거리만 조금 더 가까울 뿐 물을 건너서 그린에 공을 올리는 건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홀에서 곤란을 겪은 선수가 제법 많다. 애런 배들리(미국)는 역대 13개의 공을 수장시켜 가장 많은 공을 호수에 헌납한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2005년 3라운드에서 밥 트웨이(미국)는 12타로 홀아웃하면서 한 홀 최다타수의 주인공이 됐다. 이 홀을 시작할 때는 6위였는데 홀아웃했을 때는 66위였다. 올해로 네 번째 출전하는 안병훈(30)은 대회 1라운드에서 공을 물에 네 번 빠뜨려 8오버파 옥튜플 보기 11타를 적어냈다. 트웨이의 기록을 깨지 못해 다행이지만 1990년 3라운드에서 11타로 홀아웃한 로버트 가메즈와 역대 공동 2위가 됐다.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는 역시 첫날에 공을 세 번 빠뜨려 5오버파 8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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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좋은 기억도 있다. 이 홀에서 경기한 대회부터 계산하면 이 코스에서 경기한 1982년부터 38년 동안 총 31번 중에 이 홀에서 홀인원은 9번 나왔다. 1986년 브래드 파벨을 시작으로 1991년(브라이언 클라), 1997년(프레드 커플스), 1999년(조이 신들러), 2000년(폴 에이징어), 2002년(미구엘 앙헬 히메네스), 2016년(윌 윌콕스), 2017년(세르히오 가르시아) 그리고 2019년에 라이언 무어가 첫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1984년과 96년의 이 대회 챔피언인 커플스는 1997년 홀인원에 이어 2년 뒤 1999년에는 첫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렸지만 드롭존에서 한 세 번째 샷이 홀인되면서 파로 마쳤다.

가장 길었던 퍼트는 2019년 조나단 베가스가 마지막날 한 69피트7인치 버디 퍼트였다. 4라운드 내내 버디를 잡았던 건 1987년 폴 에이징어, 2017년 카일 스텐리(이상 미국)였다. 역대 가장 좋은 누적 타수는 톰 레먼이 62번 경기해 11언더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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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대회에서 케빈 나와 우즈의 17번 홀 워크인 퍼트 장면.



2년 전 대회에서는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가 이 홀에서 볼이 떨어질 때 바로 주워 올리는 ‘워크인 퍼트’를 하자 동반 경기한 타이거 우즈가 웃더니 그걸 엉성하게 따라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 홀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가장 잘 표현한 건 2008년 이 홀서 물에 빠뜨리고 연장전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에게 패한 폴 고이도스에게서 나왔다. “이 홀에서 가장 어려운 샷은 물에 빠뜨린 다음에 하는 샷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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