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만큼 조정장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 서울 매매·전세 상승폭 뒷걸음질…매도자 더 많아졌다
14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14% 올랐다. 작년 11월 1.66%, 12월 1.24%로 떨어진 데 이어 직전월인 1월(1.27%)보다 둔화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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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에 대한 매수심리도 약화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의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96.2로 집계돼 작년 11월 23일(94.5) 이후 처음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25일 113.4를 기록한 후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현장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 설문조사한 뒤 0∼200의 수치로 산출한다. 100 밑으로 떨어질수록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반면 100 위로 높아지면 매수자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약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의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2로 집계돼 ▲작년 12월 124 ▲지난 1월 127보다 하락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2∼3개월 후 주택가격을 전망한 수치다. KB부동산이 4000여개 중개업소에 조사를 실시해 지수화한 것으로 0∼200 범위에 있다. 100을 넘으면 상승 비중이 높음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뜻한다. 수치가 여전히 100보다 높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소폭 꺾인 것으로 보인다.
◆ 8년째 상승장에 '피로감 누적'…2·4대책도 '한몫'
이처럼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약화된 것은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대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지난 2014년부터 8년째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집을 사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과거보다 줄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이 몰려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세계증시 및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점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품이 제거되는 시기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현 부동산상황이 유지되겠지만, 앞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시그널도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토부는 2·4대책에서 앞으로 5년간 전국에 8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수도권에 61만6000가구가 들어서며 그 중 절반 이상인 32만가구가 서울에 공급된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광명·시흥지구에 7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3기 신도시 5곳 중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보다 4000가구 큰 규모다.
광명·시흥지구는 서울 경계와 불과 1㎞ 떨어져있으며 광명·시흥 주변 지하철만 1·2·7호선 3개 노선으로 서울 접근성이 좋다. 신안산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제2경인선도 예정돼 있다.
◆ 하락장 전환은 '시기상조'…압구정 재건축 신고가 속출
다만 집값 상승이 둔화됐다고 해서 주택시장이 하락장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대기수요가 여전히 많고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처럼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지역은 집값이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현대9, 11, 12차)과 3구역(현대 1~7차, 10, 13, 14차, 대림빌라트)은 지난달 25일, 28일에 각각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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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1차 전용 121㎡(2층)는 지난달 4일 35억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4구역인 한양6차 전용 107㎡(2층)는 같은 달 3일 27일5000만원에 직전 신고가를 뛰어넘었다.
압구정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몇 개 없다"며 "매물이 하나 팔리면 기존보다 높게 거래되니 신고가가 계속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남권 지역인 과천에서도 재건축 호재로 집값이 오름세다. 과천주공 8단지 전용 83㎡(5층)는 지난달 16일 16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4월 거래된 13억3000만원에서 3억원 넘게 오른 값이다. 과천주공 9단지 911동 전용 73㎡(4층)는 같은 달 24일 매도호가가 1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뛰었다.
◆ 3기 신도시, 입주까지 10년…"올해도 집값 5% 오른다"
정부의 공급 계획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4년부터 3기 신도시에 입주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주까지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기 신도시가 토지보상을 놓고 잡음이 지속되는 데다 문화재 발굴로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험도 있어서다. 또한 광명·시흥신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논란'으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생겼다.
이런 변수를 감안하면 3기 신도시의 입주 시기는 2030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장 집값 안정화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뉴스핌이 작년 말 학계 및 연구기관과 업계 부동산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28명으로 93.3%를 차지했다. '보합'을 예상한 응답자는 2명(6.7%)이었고 '하락'은 0명(0%)이었다.
전체의 86.7%인 26명은 내년 아파트값 상승률이 '5% 안팎'일 것으로 추산했다. 상승률이 '10% 이상'일 것이라는 응답은 1명, '보합'일 것이라는 답변도 2명 있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부동산 자산을 대체할 투자처가 없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며 "서울 외곽 및 강북, 경기도, 인천은 전세가격 상승과 실수요자의 중저가 주택 구입이 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종부세 중과 영향으로 올해 6월 이전에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매물이 일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작년 6~7월에 거래량이 폭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3040세대가 다주택자 매물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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