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설린저 |
(안양=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더블팀(2인 수비) 붙이는 건 저에 대한 존중 아닌가요? 고맙더라고요!"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영입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는 11일 국내 무대 데뷔전에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이날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정규리그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17득점에 리바운드 7개를 잡아냈다.
삼성은 시작부터 더블팀을 붙였지만 설린저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기록한 턴오버는 1개에 불과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설린저는 더블팀은 자신에 대한 '리스펙트(존중)'라며 씩 웃었다.
이어 "나는 10살부터 더블팀을 당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전혀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적응을 마친 삼성 아이제아 힉스와의 골밑 대결에서도 설린저는 근소한 우세를 점했다.
'1쿼터 초반에는 조금 힉스에게 밀린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는 "그때는 심판의 성향을 확인하는 단계였다. 파악 끝내고 곧 시동을 걸었다"고 답했다.
설린저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보스턴 셀틱스와 토론토 랩터스에서 활약했다. 이후에는 중국 무대 등에서 뛰었다. 덩치를 활용한 골밑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던 선수였다.
전성현 머리 쓰다듬는 설린저 |
원래 근육량이 많았던 데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농구를 쉬었던 탓에 인삼공사 국내 선수들은 그가 과연 많이 뛰는 팀 컬러에 잘 녹아들지 걱정했다고 한다.
설린저는 예상과 달리 호리호리한 몸으로 팀에 합류했다.
설린저는 "2년의 공백기에 쌍둥이가 생겼다"면서 "이제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많이 생겨 더 열심히 몸 관리를 했다"고 힘줘 말했다.
설린저가 골 밑을 든든히 사수한 덕에 인삼공사 국내 선수들은 마음 놓고 3점을 던졌다. 54%의 성공률로 13개의 외곽포를 작렬하며 삼성을 잡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동료들과 김승기 감독이 설린저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문성곤은 "어려울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가 생겨서 신나게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설린저가 성격도 쾌활해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설린저의 몸 상태가 다 올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아직 수비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는데도 일대일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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