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남양주 등 다른 3기 신도시도 의심사례 발견"
"직원 가족은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靑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부동산 투기 의심 거래 아예 없다"
文대통령 가족도 토지거래 조사
"인접 지역 주택 거래 두 건…현재 실제로 거주"
정부가 11일 3기 신도시 후보지 투기 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LH직원 1만4319명,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현직 직원 및 그들의 배우자·직계가족 368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LH직원 13명의 광명·시흥지구 토지 매입 의혹을 제기했고, 그 이튿날인 지난 3일부터 조사를 시작해 8일만에 나온 결과다.
그 결과 정부는 LH직원 7명의 3기 신도시 후보지 토지 매입 등 투기의심 사례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LH의 상위기관인 국토부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직원의 투기 의심 사례는 "아예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합동조사가 신도시 후보지 투기 의혹이 국토부와 청와대 등 정부 윗선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명, 시흥시 자체 조사로도 공무원 14명의 투기 의혹 사례가 나온 것과 크게 상반된 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투기 의혹 사건을 일부 LH직원들의 일탈로 축소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사’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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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기존의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의심사례 13인을 포함해 총 20인의 투기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8일 동안 1만50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조사동의서를 받아 조사해 고작 7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발견한 데 그친 것이다.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과천과천, 하남교산 등 광명·시흥 이외 지역에서도 투기 의심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 3기 신도시 개발지역 등에서 토지거래가 확인된 20명 전원을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투기 의심 사례 7명은 모두 LH직원 대상 조사에서 나왔다. LH 상위기관인 국토부에서는 소속 직원 450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지만 단 한 건도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3기 신도시 지구 및 인접·연접 지역 내 국토부 직원인 토지 소유자는 0명"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지난 4일부터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했지만, 투기 의심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로 의심할만한 거래는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가족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토지거래 내역에 대해 국토부·LH에 대한 조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조사 대상 지역 8곳의 인접 지역에 주택을 구입한 거래를 2건 확인했다. 정 수석은 "사업지구 외의 정상 거래"라며 "현재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이며 재산 등록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청와대에 대한 조사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것은 전날 광명, 시흥시 공무원 대상 조사 결과 발표와 대조된다. 광명, 시흥시는 시청 소속 공무원과 개발공사 직원 4000명을 조사해 투기 의심 사례를 14건 적발했다. 국토부, 청와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엉성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국토부와 청와대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조사는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을 빌려 매입한 토지는 찾아낼 수 없었고, 본인 동의를 통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거래내역을 확보해 토지대장과 비교하는 제한된 조사 방식이라 한계가 많았다. 강제 수사가 아닌 ‘조사’ 방식이 갖는 한계다.
이에 지난 10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본인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밝힌 한 검찰청 직원이 "(9일) 경찰이 압수 수색에 들어갔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 가는 것 보고 역시나 싶었다. LH가 아니라 국토교통부를 압수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초 지자체가 자체 조사 만으로도 소속 공무원의 의심스러운 토지거래를 다수 찾아내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 여러 부처가 합동해 대대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로는 지나치게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광명시는 국토부, 청와대와는 달리 부동산 취득세 과세 자료를 활용해 소속 공무원들의 토지거래 현황을 조사해 투기 의심 사례를 찾아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사건을 ‘일부의 일탈’로 국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번 정부 조사를 활용했다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 지난 9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 현안질의에 출석, "LH 사장 재임기에 평소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실행에 노력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지자체 관련 직원, 지방 공기업 대상 조사와 청와대 행정관급 이하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별다른 결과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특별수사본부가 국토부와 LH 직원의 가족에 대해 수사할 경우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정 총리는 기존에 전수조사 대상이라고 언급했던 국토부 및 LH 직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를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받느라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열흘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상한 토지거래를 한 이들이 증거를 지웠다면 용두사미 수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1일 오후 청와대 비서관 이상 본인과 배우자·직계가족의 부동산 거래내역 조사결과 발표를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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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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