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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U-22 규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 결국 현재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없다면, 이것을 인정하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K리그의 U-22 규정이 그동안 큰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상기하며 새로운 U-22 규정의 취지에 맞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한국 축구의 역사에는 늘 K리그가 있었다. 모든 영광의 순간에는 K리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있었고, K리그의 발전으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U-22 의무 출전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3세 이하로 시작했고, 2019년부터 22세 이하로 연령대를 맞춰 확실하게 유망주 육성에 집중했다. 실제로 지난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보면 K리그 U-22 규정에 따라 혜택을 본 유망주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국가대표로 성장한 김민재, 송범근, 황인범, 나상호 등이 U-22 규정의 수혜자였고, 조영욱, 오세훈, 엄원상 등은 이번 시즌에도 U-22 규정을 충족시키며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이처럼 K리그의 U-22 규정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좋은 규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긍정적인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축구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2021시즌 경기 교체인원 수를 5명으로 늘리라는 권고를 했다. 이에 연맹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일정 과밀화로 선수 부상 방지와 경기력 유지를 위해 2021시즌에 한 해 교체카드를 5장으로 늘렸고, 고심 끝에 변화를 선택했다.
연맹은 교체카드 5장으로 변화를 주면서 유망주 육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변화된 규정은 U-22 선수가 1명 이상 선발 출전하고, 출전 명단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돼야만 5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다. 만약 U-22 선수가 1명만 선발 출전한 경우에는 대기 선수 중 U-22 선수가 교체로 들어가야 5명을 교체할 수 있다. U-22 선수가 교체로 들어가지 않으면 기존대로 3명까지만 교체할 수 있다.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교체 카드 5장 확대와 U-22 규정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연맹은 U-22 규정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는 팀에는 2장의 교체카드가 추가되는 메리트를 부여한 것이었고, 그렇지 않은 팀은 기존대로 3명의 교체 카드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유망주 육성과 교체 카드 5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꼼수로 교체카드를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발 출전한 U-22 선수가 전반을 마치기 전에 교체 되는 경우도 있었고, 후반에 5명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골키퍼까지 교치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FC의 김병수 감독은 새로운 U-22 규정이 유망주 육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에서 실효성 여부는 본질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전북 현대 유스 출신의 골키퍼 김정훈은 서울과 개막전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이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다. 만약 새로운 U-22 규정이 없었다면 김정훈의 프로 데뷔전이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전북의 주전 골키퍼 송범근은 데뷔 후 대부분 경기에 풀타임 활약하고 있다.
경기 후 김정훈은 "전북 입단 3년 만에 드디어 첫 경기를 뛰었다. 이런 좋은 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무엇보다 경기 출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데뷔전을 교체로 뛸 줄은 몰랐다. 골키퍼는 교체로 들어가기 힘든 포지션이다. 경기에 들어가니 수비수 형들이 편하게 해주셨다. 감독, 코치님들도 편하게 뛰고 오라고 격려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다"며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규정이든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K리그의 U-22 제도는 이미 긍정적인 효과가 검증된 바 있고, 올 시즌 K리그1에서 맹활약중인 이동준, 송민규, 나상호 등이 모두 이 제도의 수혜자다. 만약 U-22 제도가 없었으면 이 선수들이 갓 데뷔한 신인 시절 K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고, K리그가 꾸준히 유망한 선수들을 배출해내는 배경에는 U-22 제도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U-22 규정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교체카드 5장 확대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두 제도를 조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식이 최선이었는지가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단순한 현상만 보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 방식이 최선이었다. 두 제도를 모두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현재 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교체카드를 5장으로 확대하면서 U-22 규정은 기존대로 유지해서 선발 미 출전시 교체카드 1장을 감소시키는 페널티만 부여했다면, U-22 선수를 선발로 쓰지 않고 교체카드 4장만 쓰는 팀이 속출했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U-22 규정 자체가 무의미하게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과적으로 U-22 규정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은 불필요하다. 결국 현재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없다면, 이것을 인정하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차피 이번 규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올 시즌에 한정해서 적용될 한시적인 제도고, 다음 시즌에는 기존 규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아직 3라운드만 치렀지만 U-22 제도로 인해 울산의 김민준과 강윤구, 인천의 구본철 등 눈에 띄는 U-22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독을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도 너무 이른 교체보다 유망주 육성 취지를 살려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U-22 제도에 대해 각 팀마다 입장차가 있겠지만 규정의 취지에 맞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조성환 감독의 말대로 K리그 발전을 모색해야 할 모든 구성원들이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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