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범경기 등판 뒤 화상 인터뷰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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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는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점점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MLB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홈런을 맞았지만, MLB닷컴은 그의 개막 로스터 진입을 예상했다. 크리스 우드워드(45) 텍사스 감독도 양현종의 실력과 태도에 모두 합격점을 줬다.
양현종은 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에서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텍사스와 계약 후 첫 실전에서 공 21개로 인상적인 쇼케이스를 치렀다.
출발은 좋았다. 4-2로 앞선 8회 초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두 번째 타자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공 10개로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채웠다. 다만 오른손 타자 D.J. 피터스에게 볼카운트 2B-1S에서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지다 왼쪽 좌월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다. 이후 안타 하나를 더 내준 양현종은 유격수의 호수비로 위기를 넘기고 경기를 끝냈다.
양현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첫 등판의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컸다. (불펜 피칭과 달리) 타석에 타자도 있고, 관중도 있는 경기라 재미있게 던졌다"며 웃었다. 프로 15년차 베테랑 투수다운 소감이었다. 그는 또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다음 경기에선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3주간 (다른 투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라 등판할 때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현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MLB닷컴은 이날 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시즌 예상 MLB 개막 로스터(26인)에 양현종을 '불펜 투수'로 포함했다. 최종 목표인 '선발 투수'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충분히 고무적인 평가다.
양현종은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MLB 연봉과 마이너리그 연봉에 차등을 두는 계약)을 하고 초청 선수 신분으로 캠프에 참가했다. 일단 개막 로스터에 진입해 MLB 마운드를 밟으면, 이후 더 좋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텍사스 선발진에 왼손 투수가 귀한 것도 양현종에게는 호재다. MLB닷컴은 텍사스 선발 5인으로 카일 깁슨, 데인 더닝, 마이크 폴티네비치, 아리하라 고헤이, 콜비 앨러드를 꼽았다. 이들 중 좌완은 앨러드뿐이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도 양현종을 눈여겨봤다. 특히 양현종의 평정심에 높은 점수를 줬다. 우드워드 감독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양현종은 우리가 불펜에서 본 것처럼 좋은 공을 던지고 제구도 잘했다. (첫 등판의) 흥분이 양현종의 투구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이라고 칭찬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또 "피홈런이 유일한 흠이었지만, 우리 팀이 (홈런을 친) 피터스의 정보를 더 많이 알았다면 양현종도 다른 피칭을 했을 것"이라고 감싸면서 "양현종은 성격도 아주 좋고, 유머 감각도 있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KIA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양현종이 텍사스 라커룸에도 무난하게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양현종에게는 이제 더 중요한 경기들이 남았다. 그는 9일 몸 상태를 체크한 뒤 투수코치와 다음 등판 일정을 상의할 예정이다. 양현종은 "MLB 공인구에 100% 적응한 건 아니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양현종은 이어 "경기 전 한국 팬들이 오셔서 한국말로 좋은 응원을 해주신 점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내 장점을 좋게 평가해주는 구단에도 감사한다. 앞으로 투구 밸런스를 찾아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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