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남성성 잃을라"…'여성 치마' 앞에서 쩔쩔매는 미얀마 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뿌리 깊은 남녀 차별에 핍박 받던 미얀마 여성들

'여성 혐오적' 미신 이용해 군부에 맞서

아시아경제

미얀마 경찰들이 양곤의 거리에 멈춰서 여성들의 옷가지가 걸린 빨랫줄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 사진 = SNS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저항 시위에 여성들이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뿌리 깊은 여성혐오 분위기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현지 여성들이 여성혐오 전통을 역이용하면서 군부에 반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이 군용 트럭 위에 올라 빨랫줄을 자르려는 사진이 올라왔다.


전신주의 지상 5~6m 지점에 묶인 빨랫줄에는 십여 점의 여성 옷가지가 걸려있고, 군경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 나아가지도, 공격하지도 않는다.


군경들의 발을 묶은 것은 다름 아닌 미얀마의 여성 혐오적 미신이었다. 미얀마에는 남성이 빨랫줄에 걸려있는 '터메인(여성이 허리에 둘러 입는 전통 치마)' 밑으로 지나가면 남성성을 잃는다는 미신이 있다.


쿠데타 줄곧 시위대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미얀마 여성들이 여성 혐오 전통을 이용해 군부를 막는 묘책을 내놓은 것이다.

아시아경제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진압 경찰이 쏘는 총알을 피해 땅에 엎드려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그간 여성들에게 '수수한 복장을 하고 다녀라'는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렸을만큼 보수적인 집단이다. 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소수 민족 출신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심지어 여성성을 '더러운 것'으로 간주해 남녀의 하의를 함께 세탁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50년이 넘는 군사독재 기간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받았던 미얀마 여성들이 달라지고 있다.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업무를 거부했던 병원 노동자들과 이후 파업을 선언한 의류·섬유 산업 노동자 중에는 여성 비율이 높다. 모든 시위의 최전선에는 24세 이하의 젊은 여성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특히 지난 3일 19세 여대생 치알 신이 만달레이 시위에 나서다 그날 머리에 총격을 맞고 목숨을 잃은 후 미얀마 여성 시위대는 더욱 적극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미얀마 여성들은 저항운동의 선두에 서서 여성 민간 지도자를 축출하고 가부장적 질서를 복원한 군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즉, 미얀마 여성들의 저항에는 '성평등의 후퇴로 이어질 군부 복귀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지는 않겠다'라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아시아경제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서 시위대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쿠데타 항의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지난 1일 일어난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인 약 1천명이 참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얀마는 여성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고문 시절조차도 '여성은 가사와 육아, 노인 봉양 등을 담당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팽배할 정도로 사회참여율이 낮았다. 그마저도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남성 지배적인 군부 정권이 굳어지려고 하자 여성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여성 시위대를 응원하는 움직임은 온라인상에서도 뜨겁다. 한 누리꾼은 미얀마 군부가 터메인 아래로 지나가지 못하는 사진을 보고 "총을 가지고도 여성복을 무서워해 쩔쩔맨다"라며 조롱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이런 움직임은 미얀마 전체로 퍼뜨려야 한다. 시위대를 응원한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외신들은 "미얀마 여성들이 독재와의 싸움에서 최일선에 서는 것은, 그들이 그것을 대의명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