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여성 장례식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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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가부장제가 강한 불교 국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시위 선봉에 선 만큼 사망자나 체포자도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참여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세 여대생 마 째 신은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나서다가 그날 오후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그가 입고 나온 검은 티셔츠에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하루동안 전국에서 최소 30명의 목숨이 군경의 총에 스러졌다. 이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 여성들 수십만명 매일 시위 참여 : NYT에 따르면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매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여성들이 대다수인 교직자, 의류업 종사자, 의료 종사자들로 이루어진 노조가 파업을 일으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말고도 젊은 여성들도 시위대 선두에 서고 있다.
미얀마 양곤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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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보안군은 특히 이들을 조준사격하는듯 두 명의 젊은 여성이 3일 머리에 총을 맞았고 또 다른 여성은 심장 근처에서 총을 맞아 생을 마감했다. 군이 무자비한 시위 진압에 처음으로 나선 지난달 9일의 첫 희생자도 20세 여성이었다.
여성들은 시위가 시작된 지 몇 주 동안 부상자를 돌보거나 거리를 순찰하거나 시위 맨 앞줄에 서면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여성성을 더러운 것으로 간주해 남녀간의 하의는 함께 세탁하지도 않는 전통이 있었던 미얀마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 의사는 "젊은 여성들이 현재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성 본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 세대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군경에 체포되는 미얀마 여성 시위자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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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 군부 쿠데타로 가장 큰 타격 : 미얀마 여성들은 군부 쿠데타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다. 인구 5500만의 미얀마에서 군부는 여성들에게 '수수한 복장을 하고 다니라'고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릴 만큼 보수적이다.
군부 고위직에 여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소수 민족 출신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장군들 대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여성은 나약하고 불순하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군과 종교계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그간 여성들이 점점 약진하고 있었다.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 제조업, 공무원 등에서 여성이 필수적이 되었다. 이는 정치적 목소리로 이어져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후보 중 20%가 여성이었다.
1일 가족과 친척들이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한 무슬림 여성의 시신 옆에서 기도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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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인종 넘어서 여성으로 연대 : 이런 이유로 시위에는 차별을 느끼는 무슬림 학생들, 가톨릭 수녀들, 불교 승려들, 여장 남자들, 그리고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차별이 중첩된 소수민족 출신 여성들도 시위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카친주 출신의 한 여성은 "소수민족들은 차별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성은 '제2의 성'으로 여전히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시위자들을 공통적으로 묶는 것은 '여성'이라는 점인 셈이다.
첫 반 쿠데타 시위를 주도한 27세의 정치인이자 정치범인 마에이 씽자르 마웅은 낮에는 시위를 벌이고 밤에는 경찰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 그는 "독재와의 싸움에서 우리 여성들은 최일선에 섰다.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대의명분이라고 믿기 때문"이고 강조했다.
2월10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여성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참여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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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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