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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 불법 출금' 차규근 영장심사… “전산 조작해 은폐 시도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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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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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5일 열린다.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가린다.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된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당시 대검 과거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한 줄 알면서도 이를 승인해줬다.

이 사건 관련자 중 구속 심판 대상에 오른 것은 차 본부장이 처음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수사 과정에서 차 본부장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추가 범죄를 여럿 저지른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출금 감추려 전산조작까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자신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전산을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출국 금지 조치가 이루어지면, 출입국당국은 출국 금지 주체와 그 내용 등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차 본부장은 출입국 전산에서 출국 금지 주체인 ‘서울동부지검’ ‘이규원 검사’ 등의 단어를 지우고 김 전 차관에게 통지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는 공문서를 조작해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조치를 하며 서울동부지검장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 이름으로 출금 승인요청서를 냈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측에서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불법 출금 과정이 드러날 위험이 있자, 이 검사의 이름과 소속 관청을 지우고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차 본부장은 출입국 직원에 지시해 삭제한 내용을 다시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20일 무렵부터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아피스’라 불리는 승객정보 사전분석 시스템(Advanced Passenger Information System)을 불법 이용한 혐의도 받는다. ‘아피스’는 테러리스트나 위조 여권 소지자 등을 색출하기 위해 출입국 당국이 항공사에서 승객 정보를 전송받아 비행기 탑승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차 본부장은 출입국 직원들을 시켜 아피스를 이용해 김 전 차관 출국장 진입 사실을 파악했고, 출국 금지 조치 이후 아피스 사용 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아피스는 테러 혐의자나 위조 여권 소지자, 입국 금지자 등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적용 대상이 아닌 김 전 차관에 대해 아피스를 이용한 것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차 본부장 등이 이후 삭제·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규근, “김학의 해외 도망가는 데 내버려두나” 주장

이에 대해 차 본부장측은 아피스 설정이 당시 김 전 차관 재수사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도망가도록 내버려 둬야 옳았던 것인지 국민에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경관리를 책임지는 출입국 본부장인 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가”라며 “당시 김 전 차관이 해외 도피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2019년 3월 22일 밤늦게 몰래 자동출입국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하려 했던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차 본부장 등이 당시 피의자도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승객정보 사전정보 시스템을 이용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사찰'을 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한 법조인은 “차 본부장 말대로라면 ‘악인'으로 규정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선 영장제도나 적법절차도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발등 찍은 차규근의 감찰 지시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법무부 내부자가 김 전 차관에게 출국 정보를 유출한 의혹이 일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같은 해 4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를 177회 무단 조회한 출입국 심사과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가짜 사건·내사번호 등이 적힌 긴급출금 요청서, 긴급출금 승인요청서 파일 등 자료를 확보했다. 포렌식한 자료에는 당시 출입국 직원은 “중앙지검이 아니에요. 양식도 관인도 (없어) 어뜩(어떡)하죠”라며 불법을 의식한 대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법무부는 직원들의 무단조회가 밝혀졌지만,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익법무관 2명에 대해서만 경고조치 후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차 본부장은 김 전 차관 출국정보를 한 번이라도 조회한 출입국 직원 66명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받았다. 이들 중 조회 경위가 납득이 가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징계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차 본부장은 이 보고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공무원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 본부장이 불법 출금 사실을 숨기려 일부러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 본부장에 의해 시작된 감찰에서 본래 목적과 달리 불법 출금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이 내용이 공익법무관 2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보낸 보고서에 포함돼 있던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차 본부장의 감찰이 안양지청 수사중단 외압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차 본부장이 결과적으론 제발등 찍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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