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2.키움)은 김하성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벌써부터 많은 팀들이 이정후에게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정후는 이 같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로 메이저리그와 선을 긋고 있다.
이정후가 스프링캠프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MK스포츠 (고척)=김재현 기자 |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매년 발간하는 선수 연감 2021년판에서 KBO리그 주요 선수를 평가했다. 이정후에 대해서는 "이치로는 비교 대상이 없는 선수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정후를 꼽을 수 있다. 타격 스타일과 주루 능력 뿐 아니라 등번호 51번까지 이치로와 비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정후가 정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장타 능력이 향상되는 있다"며 "미국 야구팬들이 조만간 이정후를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우트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세월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를 하고 있는 A는 "이정후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제 2의 후안 피에르'(중견수)라는 표현을 쓴다. 피에르 만큼의 스피드는 아니지만 빠르고 정확하며 센스가 뛰어나다. 수비도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고 내야 안타를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수준의 주력은 갖고 있다. 무엇보다 참을성이 좋다. 공이 맞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 또한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잘 이뤄내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삼진을 줄이고 볼넷을 늘리겠다고 마음 먹으니 올 시즌 그대로 됐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그를 필요로하는 팀이 꼭 나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자신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MK스포츠와 만난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를 논할 수준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정후는 "여기서 기량이 훨씬 좋아져도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실력으로는 모자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먼저 최고가 된 뒤 메이저리그를 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이정후의 생각이었다.
이정후는 "나는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최고가 되지 못했다. 한국에서 최고가 된 뒤 메이저리그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승도 해보고 싶고 개인 타이틀도 따고 싶다. 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메이저리그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또 이치로와는 아직 내가 비교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준 차이를 메우려면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정후는 아직 개인 타이틀을 따낸 적이 없기는 하다. 타이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상에 서 본 적은 없다. 팅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도 없다. 이정후는 이 모든 것들을 해낸 뒤에서야 메이저리그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누구나 가고 싶은 무대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실력이 크게 늘어도 될까 말까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해야 한다. 앞으로 한동안은 메이저리그를 잊고 한국 야구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실력이 더 향상된 뒤에 메이저리그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다. 지금은 진짜 아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위의 뜨거운 반응에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있는 이정후다. 자신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발전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끊임 없이 발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기에 이정후는 보다 매력적인 선수인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부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메이저리그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정후. 그의 야구 욕심이 채워지는 날, 우리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이정후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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