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학교폭력(학폭) 의혹을 제기하는 무분별한 폭로가 연예계 들불처럼 번지고 가운데 “‘중립기어’를 넣어라”라는 댓글이 자주 보인다. ‘중립기어’는 뉴스의 내용이 확실해지거나 확인되지 전까지는 예단을 하거나 한쪽의 주장만을 따르지 말라는 신조어다.
학폭 논란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학폭 폭로는 이제 연예계를 뒤덮고 있다. 배우는 물론 가수까지 그 대상과 범위는 점차 확장됐고 이제는 십수명이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당한 의혹 제기는 우리 사회에 학폭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경각심은 물론 인식이 바뀌게 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연예인은 학폭의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의혹 자체로도 이미지는 물론 활동 등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예단하기 보다는 중립기어를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체육계와 달리 연예계에서는 아직 학폭 의혹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사례는 없다. 자체적으로 사실 확인을 마친 소속사들은 학폭 의혹을 일축하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거짓된 학폭 폭로는 처음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이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문을 올리면서 주장을 번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와는 달리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진실 공방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소속사에서는 학폭 의혹이 일어나면 사실 확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입장이나 기억이 다를 수 있기에 이제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나 다른 동창생 등의 이야기를 듣고 다각도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졸업 앨범이나 사진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인증하고 뒷받침하지만 그것이 학폭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게다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이를 해명하고 입증하기는 힘들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재 제기되는 학폭 의혹에는 진실과 거짓이 존재하고 있고 하나의 주장에도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이 혼재되어 있기에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작성자가 사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에 연예인과 소속사는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이나 명예훼손 고소 등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거짓된 폭로를 가려내고 하고 있다.
반대로 학폭 의혹이 사실일 경우, 사과가 아닌 거짓으로 대응을 한 것이 향후에 밝혀진다면 그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짊어져야 한다. 과거 학교 폭력 행위를 현재 형사 처벌 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실체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의 한계도 있고 공소시효도 문제다. 그렇지만 사실로 확인된다면 도덕적 책임은 분명히 지어야 한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기에 학폭 자체도 사회적 공분을 피할 수 없지만 거짓 해명의 대가는 더 커야 한다. 앞서 여러 논란에서 순간 모면하기 위한 거짓된 해명으로 오히려 더 큰 물의를 일으키며 복귀가 불가능해진 많은 연예인을 우리는 많이 지켜봤다.
무엇보다 학폭이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가해자로 지목된 측의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쪽 일방적인 주장만을 전달해서는 안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학폭 의혹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큰 피해를 입는다. 과거에는 용서를 구하면 선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제는 달라졌다”면서도 “무엇보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어 그 피해가 크다. 무차별적인 폭로도 문제지만 그것을 옮기는 언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대중은 물론 언론도 중립기어를 넣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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