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안나 라자레바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태업 의혹이 불거졌던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주포' 안나 라자레바(24)가 경기력으로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6라운드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3위를 탈환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라자레바였다. 라자레바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8점을 책임졌다. 공격 성공률은 58.70%에 달했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를 앞세워 3위로 올라서며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4위 한국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해 살얼음판 상황이긴 하지만 라자레바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파괴력을 더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라자레바는 4라운드에서 공격 성공률이 41.25%에 그쳤지만 5라운드에서 45.09%, 마지막 6라운드에서는 45.14%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30일 GS칼텍스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태업 논란을 빚었던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라자레바는 그전까지 경기당 평균 29.6점을 올렸지만, 당시 경기에선 단 2득점으로 침묵했다. 공격 성공률은 11.76%로 절망적이었다.
보다 못한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라자레바를 2세트 초반 교체했고, 3세트에도 거의 벤치에 앉혔다.
라자레바가 올 시즌만 뛰고 IBK기업은행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터여서 고의적인 태업으로 비쳤다.
터키 페네르바체 이적설까지 제기되면서 라자레바가 '봄 배구'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6라운드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6라운드에서 이런 우려를 비웃듯 오히려 최선을 다했다.
6라운드 첫 경기인 지난 20일 현대건설전에선 41득점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자 라자레바는 경기 후 눈물을 보였다.
라자레바의 스파이크 |
눈물은 한 경기로 족했다. 라자레바는 6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흥국생명전에서 시원시원한 스파이크로 공격을 이끌고 팀에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키 190㎝인 라자레바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IBK기업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드래프트 당시 대다수의 팀이 1순위 후보로 노리던 선수였다.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 시즌에는 프랑스 리그에서 득점 2위에 오르며 기량을 입증했다.
라자레바는 예상대로 뛰어났다.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3위, 후위 공격 1위, 서브 3위다.
IBK기업은행이 리그에서 리시브를 가장 못 하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라자레바의 진가가 드러난다.
라자레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현대건설전에서 경기 후 운 건 많이 속상했기 때문"이라며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게 졌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그래도 휴일을 주셔서 좋았다. 아마 울어서 주신 건 아닐 것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팀 공격의 42.98%를 책임지는 라자레바는 혼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다.
그는 "사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힘든 건 사실이다. 라운드마다 아픈 곳이 한두 군데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오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감독님에게 휴일을 좀 더 달라고 부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힘들지만 대충할 생각은 없다. 라자레바는 3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27일 도로공사전을 앞두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싸울 것이다. 물론 승리가 쉽게 오는 건 아니지만 싸운 결과가 승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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